1년에 500만마리···제약바이오사, 동물실험 대체 연구 돌입
1년에 500만마리···제약바이오사, 동물실험 대체 연구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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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 절반이 가장 높은 고통 단계인 E로 이용
AI·제브라피쉬·오가노이드 등 활용 및 개발 중
식약처에 승인을 받으려면 동물실험 진행 필수
동물 실험용 쥐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제약바이오사는 동물실험 대체재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증가하며 동물복지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세계적으로 의약품 개발에 동물실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실험 수단을 사용해 동물실험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동물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 수는 499만5680마리이다. 이중 절반의 동물은 마취나 진통제 없이 실험, 수술하는 고통듭급 'E'에 이용되고 있다. 고통듭급은 가장 낮은 단계인 A부터 가장 높은 단계인 E까지 5개로 분류되는데 미국·유럽 등에서는 A~C 등급 동물실험 위주인 반면, 국내에서는 D~E 등급 동물실험이 대다수이다.

국제동물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관계자는 "지난 2020년 국회에서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을 위한 법률'이 발의 및 제정돼 국회의 법률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부처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해 계류됐다"며 "실험동물의 수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이 대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동물실험을 줄이고 대체재로 AI 활용, 동물실험을 대체할 유사장기인 '오가노이드' 등을 개발 중이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는 피부, 연골 및 인체 주요 장기 조직과 같은 생체 조직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전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아크로툴'을 출시했다. 기존 생체 조직 제작에는 구조체 내 세포 밀도 부족과 불균일성으로 인해 원하는 크기와 형상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는 원천 기술 플랫폼 'SlabON'을 통해 세포 밀도를 크게 증가시키면서 원하는 크기와 형태로 생체 조직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JW중외제약은 유전적 특성이 인간과 80%가량 유사한 '제브라피쉬(Zebrafish)'를 이용해 중개임상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3~4㎝ 크기의 열대어류인 제브라피쉬는 인간과 유전적 구조가 유사해 기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임상 중개연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제브라피쉬 크기가 작아 비임상 연구에 활용 시 적은 약물로 실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포유류 실험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인간 장기와 유사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오가노이드(Organoid)'를 개발하는 업체들도 있다.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뇌, 심장, 피부 등 신체와 동일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동물실험보다 정확성이 높고 동물실험으로 알아내지 못한 부작용도 확인할 수 있다.

로슈는 오가노이드 연구를 위한 '인체 생물학 연구소(IHB)'를 설립하고, 오가노이드를 신약 개발과 임상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콜마홀딩스 자회사 넥스트앤바이오는 김재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과 함께 연내 국내 최초 암 환자 임상에 오가노이드를 적용한다. 국내에서 오가노이드를 실제 의료현장과 임상시험에 적용하는 첫 번째 사례다.

바이오솔빅스는 오가노이드와 AI, 심장세포에 존재하는 다중 이온채널 분석법(MICE)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는 AI 기반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암종별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여기에 인간 유전자 전체를 빠른 속도로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데이터를 더하는 방식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규모를 2028년 43억8000만달러로 전망하며 동물실험 대체재로서 오가노이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신약 개발 과정의 독성평가 등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의무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개정안을 발표하며 동물실험 의무 항목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꿨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승인을 받으려면 동물실험을 필수로 진행해야 해서 대체재의 초기 사용 시 업체 내 눈치싸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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