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쇼크에 중동특수 '실종'…해외수주 73% 급감
저유가 쇼크에 중동특수 '실종'…해외수주 73%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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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플랜트 건설 현장 (사진=한화건설)

5월 누적수주 231억3427만달러
계약건수 전년比 절반에도 못미쳐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연초 큰 폭의 유가하락을 경험한 발주처들이 신규 발주에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발주물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물량 중심에서 수익성 위주로 수주 전략을 전환하면서 중동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드는 분위기죠."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해외건설 수주시장에서 '중동특수'가 실종됐다.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을 맞는 올해 정부가 '제2 중동붐' 재현을 위해 대통령 순방에 나서는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공사 발주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주가 유력했던 7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NRP) 사업도 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60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231억3427만달러로, 전년동기(311억1994만달러)대비 72.6%나 줄어들었다.

올해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을 맞아 '제2 중동붐'을 기대하면서 연초 대통령 중동 순방 등을 진행했지만, 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계약건수 역시 지난해 52건에서 올해는 23건으로,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해 총 수주액 대비 중동 비중 역시 29%로, 통상 중동 수주액이 전체 수주액의 70~80%를 차지해 온 것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과거에는 중동 덕에 해외수주 실적을 올렸지만, 이제는 중동특수가 옛말이 됐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0년 716억달러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591억달러로 줄어든 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660억달러) 수준은커녕 6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중동 수주물량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 이라크, 알제리 등지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올해는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 등을 이유로 발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발주시점을 늦추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카타르 로열더치셸과 카타르석유공사가 추진하던 60억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가 수익성 문제로 취소됐고 교량`터널사업인 샤크 크로싱 프로젝트(60억달러)는 발주가 연기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타누라 정유소 개발 프로젝트(20억달러 규모)도 발주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건협 관계자는 "발주 지연에는 발주처 내부 사정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문제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며 "최근 유가가 60~65달러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발주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업들이 예년보다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규 사업 발주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주가 유력했던 62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NRP사업 수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 프로젝트는 쿠웨이트 국영 정유회사(KNPC)가 발주한 것으로,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당시 총 5개 패키지 중 4곳에서 우리 건설사가 최저가 입찰사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상급기관인 쿠웨이트 석유공사(KPC)가 투자비가 높다는 이유로 예산 책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져 최종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쿠웨이는 NRP사업의 최종 수주 여부는 발주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만약 공사금액이 입찰가보다 낮아진다면 수익성 위주의 수주로 돌아선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를 포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산유국도 저유가로 인해 공사 발주를 미루고 있다"며 "정부가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하반기에도 중동 지역 건설수주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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