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규제개혁 '큰 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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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유형화·총량제 도입…"개혁 상시화"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규제개혁을 큰 틀에서 바꾼다. 특히 이같은 개혁 방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만든다.

1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의 큰 틀을 전환하기 위한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를 개최하고, 개혁 추진 방향과 작업 방법을 확정했다. 이번 회의에는 금융당국 관계자와 7개 금융협회, 5개 연구원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그간 숨은 규제를 개선하고 상시개혁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아직까지 수요자들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아직 낮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를 진행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제도개선이 많이 있었지만, 아직 규제가 금융의 자율과 경쟁을 제약하고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편하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라며 "이번 규제개혁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규제의 큰 틀을 전환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규제 전체를 전수조사한 뒤, △시장질서 △소비자보호에 필요한 규제 △건전성규제 중 과도한 부분 △영업행위 규제 등 4가지로 나누기로 했다. 금융규제를 유형별로 분리해 다르게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금융규제 합리화를 위해 탑다운(Top-Down) 방식에 바텁업(Bottom-Up) 방식을 접목해 종합적으로 규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탑다운은 국제수준과 금융사 내부역량에 부합하도록 구체적인 합리화 기준을 적용해 규제를 하나하나 점검·개선하는 방식이며, 바텀업은 현장점검반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방식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모든 금융규제에 대해 유사한 규제가 중복적인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면서 금융회사의 부담만 늘리는지를 촘촘히 따져서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금융사의 영업활동을 세세하게 직접 규제하기보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지표 등을 통해 필요한 범위내에서 간접적으로 규제하겠다"며 "금융사가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리스크 관리역량과 책임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한편, 금융규제 개혁과정에서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리스크관리에 대한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금융위는 금융현장의 행정지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감독규정, 세칙 등 법적근거가 없는 규제는 일괄 폐지키로 했다. 법적근거와 상관 없이 금융사 위탁을 규제하는 '금융기관 업무위탁 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당국의 구두지도와 모범규준, 가이드라인 등 비공식적 행정지도 관행도 근절한다. 이를 위해 외부기관으로부터 비공식적 행정지도에 대한 정기적 실태 점검을 받고, 행정지도 현황을 매분기마다 공지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등록 행정지도는 효력이 없으며 제재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힐 예정이다.

금융규제 상시개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한다. 옴부즈만은 제3의 기구가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와 애로 사항을 익명으로 신고토록 하는 제도로, 금융위 자체규제심사위원회에 관련 조직을 추가할 계획이다.

기존 규제를 개정할 때는 일몰설정을 의무화하고,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한다. 규제비용총량제가 도입되면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다른 규제의 폐지·완화를 통해 규제비용 총량을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이같은 규제 개혁이 상시화되도록 금융위와 금감원이 지켜야 할 '금융규제 운영규정(가칭)'을 제정키로 했다. 이 규정에는 금융사의 가격·수수료, 경영판단사항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을 통제하고, 근거 없는 금융회사의 보고·자료 제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당국이 이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가 내려진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당국의 개혁 의지에 대한 금융권의 제안도 이어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이 과도한 규제 탓을 하며 현실에 안주했다"며 "자율에 상응하는 책임을 강화해 당국의 변화에 화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혼연일체의 리더십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중간간부에도 정착돼야 규제개혁의 성과가 지속될 수 있다"며 "당국 직원에 대한 평가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세세한 행위 규제와 숫자에 매몰된 감독을 지양해달라"며 "글로벌 위기 이후 훼손된 자본시장법 제정 본연의 정신인 포괄주의와 원칙중심의 감독을 반드시 복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사고 후 남아 있는 일부 과도한 모범 규준 등에 대해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업권별로 규제를 차등화하고 동일 업무에 동일한 규제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규제가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 업계 자율적 결정사항에 당국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업계의 자율적 결정사항을 명확화하고 사후보고로 대체해달라"고 전했다.

개혁 추진을 위한 규제개혁작업단의 단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이 맡게 된다. 작업단은 업권별로 4개 분과로 나뉘며, 구체적인 규제개선안을 추후 마련할 예정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개혁 일정을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유형별, 합리화 기준에 따라 검토가 완료된 과제는 즉시 확정하고, 여타 과제들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일괄 법률개정 방식으로 연내에 입법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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