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효율↑…은행권, 고비용 인력구조 개선 '박차'
비용↓ 효율↑…은행권, 고비용 인력구조 개선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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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도입 및 본점인력 축소·재배치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저금리·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은행권의 인력구조 개편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내년 정년 연장을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마무리되는 한편, 하반기 들어 본점 인력을 축소해 영업 전선으로 재배치하는 현상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규채용 확대 및 영업력 확충의 명분과 함께 고질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지난해부터 논의해온 임금피크제 도입에 최종 합의했다. 내년부터 만 55세 이상 부지점장 이상 관리자급 직원에 대해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희망퇴직과 시간제직원 근무 선택도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해 온 임금피크제를 올 5월 새롭게 개편해 희망퇴직과 영업점 직무, 아웃바운드 영업의 마케팅 직무로 선택지를 다양화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매각 추진 과정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왔다. KEB하나은행은 각각 만 55세와 만56세로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이 차등을 보이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력 통합과 함께 제도 개편도 진행할 예정이며, 외국계 은행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노사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노동개혁과 맞물려 임금피크제를 통한 신규채용 확대의 목적이 표면화되고 있지만, 고용 창출보다는 인력 구조 개편의 측면이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호봉제 임금구조 하에서 5~60년대 전후세대 인력이 전반적으로 많아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며 "충분한 보상을 통한 대규모 희망퇴직이 인력구조 개편에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최근 은행업 수익성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분기를 넘어 연간 손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임금피크제를 통해 자연적으로 인력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서는 임금피크제 및 명예퇴직과 여성 인력의 육아 휴직 등으로 결원되는 영업점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본부 몸집을 줄이는 현상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먼저 우리은행은 이달 중 본점인력 중 5% 수준인 120명 가량을 영업 인력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창구 통폐합 과정을 거쳐 남는 영업점 인력과 함께 외부 영업군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KEB하나은행은 1인 영업조직인 '원큐(1Q) 파이오니어'를 현행 20명 수준에서 100여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역시 본점 소속 인력들이 외부 영업으로 전환되는 형태다. 하나-외환은행의 업무 통합 과정에서도 본점 인력 일부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이미 본부인력의 5% 가량을 영업인력으로 내보낸 KB국민은행의 경우 본점인력을 추후에도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허브앤 스포크 개념으로 거점 점포의 변화를 시도하는 등 영업 채널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본부 인력을 영업점으로 재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올 하반기 인사를 통해 현장 영업직원을 43명 가량 늘리고 홍보담당 본부장을 기관고객부서로 추가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동식·무인 점포 채널 방식을 강화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도 본부 인력 재조정을 추진 중이다. SC은행은 신세계 그룹 등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한 신규 채널 확대와 맞물려 2400여명의 본부인력 중 5~10% 사이의 인력을 영업점으로 보낼 예정이다. 당초 이달 중 2~3명 직원으로 구성된 스마트뱅킹유닛(SBU)과 1인 팝업데스크 등을 각각 8개, 60개 가량 확충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SBU 개설 일정이 미뤄지면서 정확한 계획은 조정 중인 상황이다.

씨티은행의 경우도 무인점포인 스마트브랜치와 오는 11월 출범을 앞둔 스마트 골드 허브 지점 등 영업 채널을 혁신하면서 기존 인력을 고객 유치 분야로 전환하는 등 사실상 영업인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브랜단 카니 씨티은행 소매그룹 담당 부행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모바일로 가능해졌지만 고객 창출은 디지털이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지점 때문에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현 인력을 활용해 변화를 추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추가 고용에 한계가 있다 보니 본점 인력을 줄여서라도 영업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영업점도 실적 달성 압박에 시달리지만, 본점 역시 인력 축소로 가중되는 업무 부담 때문에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은행업이 하향 기류에 접어들면서 중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어려우니 비용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겠냐"며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수술 과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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