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重, 포스코 지분 전량 매각…2260억원 확보
현대삼호重, 포스코 지분 전량 매각…2260억원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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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 '숨통'…지분보유 협정 끝?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 130만여주를 전량 매각해 약 2200억원을 현금화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2일 보유 중인 포스코 주식 130만8000주(1.50%)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주당 매매가는 이날 종가(18만1000원)보다 4.48% 할인된 17만2900원으로 결정됐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번 블록딜로 현금 약 2260억원을 확보해 유동성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포스코의 주식 가치 하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07년 약 7000억원을 투자해 포스코 주식 130만8000주를 취득했다. 주당 단가는 60만원 수준이었다. 이번 블록딜의 주당 가격이 17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손실률은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5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이번 블록딜로 현대중공업 계열사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은 모두 처분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올해 현대삼호중공업까지 포스코 주식을 매각하면서, 그동안 이어온 '상호 지분보유 협정'이 끝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과 포스코는 2007년 4월 상호 지분보유 협정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미포조선은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를 약 3436억원에 취득했다. 포스코는 현대중공업 주식 147만7000주(1.94%)를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인수했다.

상호 지분보유 협정의 표면적인 목적은 후판을 비롯한 철강 제품의 안정적인 수급 체계 구축을 위한 사업 협력 강화였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현대제철의 성장으로 독점 체제에 변화가 오는 것에 대한 대비 목적도 있었다.

실질적으로는 포스코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포스코는 현대중공업 외에 SK텔레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과도 상호 지분보유 협정을 맺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원자재인 조선용 후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포스코는 우호지분을 늘려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포스코는 2007년 상호 주식 매입 이후 7년 동안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포스코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이제 협정이 끝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이 포스코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고 해서 포스코와의 지분 관계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아직 현대중공업 지분 1.9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지분보유 협정이 끝났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현대제철이 포스코를 제치고 현대중공업에 후판 공급 늘리고 있는 만큼 현대제철의 시장 지배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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