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수요 확대로 적립금이 증권업계에 몰려들고 있다.
때마침 인공지능(AI)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RA) 퇴직연금 일임 운용 서비스 출시가 내년 초로 가시화 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으로 전년동기(76억8838억원) 대비 17.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174조9013억원에서 202조3522억원으로 15.69%, 보험은 92조7054억원으로 전년동기(86조5891억원) 대비 7.0% 올랐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증권사의 성장세는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증권사는 직전분기 대비 3조9644억원(4.57%), 은행은 4조3041억원(2.17%) 늘었고, 보험은 5521억원(0.59%) 감소했다.
최근 안정적인 운용보다 투자 수익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사 상품을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7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증권사의 수익률 관리 능력이 높이 평가 받은 것도 성장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 옵션은 DC형이나 IRP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돈이 몰리자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관련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지난해 인공지능(AI)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투자와 연금센터'를 미래에셋증권 WM산업부 산하 투자전략부문에 편입시켰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을 통해 통합연금자산, 연금준비진단, 연금상품PICK, 연금수려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연금저축계좌 내 상장리츠(REITs)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금융거래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투자' 앱에 퇴직연금 관련 메뉴를 추가해 편의성을 확대했다.
증권사들은 특히 장기 운용에 적합한 RA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콴텍투자일임과 연금저축 계좌개설 서비스를 선보이며 준비에 들어갔다. 하나증권은 RA 기술을 바탕으로 투자자 성향에 맞는 체계적인 투자를 돕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RA가 랩 상품을 추천해주는 'MY AI' 서비스를 출시했다.
업계는 오는 9월 코스콤의 샌드박스 신청이 완료되면 내년 초 인공지능(AI) 기반 RA퇴직연금 일임 운용 서비스가 증권사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코스콤은 지난 26일 '제2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정기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올 하반기에 선정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 혁신금융 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RA업계 관계자는 "코스콤에서 통과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샌드박스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RA 퇴직연금 투자일임 서비스) 출시는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와의 미팅은 계속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최근 적극적 자산운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퇴직연금시장에 장기 운용에 적합한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투자일임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투자일임 라이센스가 있는 증권사들이 AI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시장 선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