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vs 배당성향 상향…보험株 효과는?
자사주 매입 vs 배당성향 상향…보험株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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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주가부양 효과는 '미미'…"배당이 직접적인 주주환원책"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김희정기자] #. 최근 수년간 저금리 기조와 함께 보험사들의 성장세마저 둔화되면서 보험주가 수요는 포화, 축적된 잉여가 많은 '유틸리티' 주식화(化) 과정에 직면해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국면에선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주주환원 정책에 쏠리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의 보험사들은 잇따라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배당성향 상향 등 주가부양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금융주 내에서 은행과 증권업종이 최근 턴어라운드하면서 보험업종의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반감하자 이들은 주주친화적인 방식으로 주가부양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럼에도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주로 부각되는 보험주에 대한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9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달 27일 발행주식의 3.5%에 해당하는 166만 주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는 532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어 한화생명도 지난 28일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는 보통주 6514만주, 7.5%의 지분을 520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으며,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9월 자사주 170만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취득은 회사가 자기 자금으로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기업가치 방어를 위해 주가를 떠받치려는 목적이 있다. 즉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회사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도 줄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의 자사주 매입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 주가안정을 우선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들 보험사들의 최근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매입과 주가부양의 연결고리가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삼성화재의 자사주 매입기간 동안 주가는 31만5000원(지난달 28일 종가기준)에서 지난 6일 31만4500원으로 0.15%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이날 삼성화재는 장중 3%대의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기인한 것일 뿐 자사주 매입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상 보험 등 금융업의 경우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국내금리가 덩달아 상승해 예대마진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 역시 자사주를 매입키로 공시한 지난달 28일 8320원에서 지난 6일 8240원을 기록해 주가는 0.96% 떨어졌다. 특히 주가 부양이 가장 시급했던 미래에셋생명도 주가가 5000원에서 6000원 위로 소폭 맴돌고 있을 뿐 자사주 매입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줄지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 부양을 위해 힘써왔지만 막상 그 효과는 크지 않았던 사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일례로 현대해상은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이 지난해 11월3일 자사주 1만4000주를 1주당 2만6900원에 매수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한 달여 동안 0.92% 소폭 하락했다.

▲ 표 = 김희정 기자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 일환으로 주가 상승효과를 노리는 정책이 배당성향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 역시도 주가 부양에 직접적인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로 배당지급률, 즉 '사외분배율'이라고도 한다. 이 비율은 배당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높으면 높을수록 배당금 지급비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지난 2013년 배당성향을 기존 20.7%에서 지난해 22.9%로 올렸지만 주가는 4~6만원으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도 기존 23.8%에서 35.4%로 상향 조정했지만 주가는 지난 상반기 동안 1만2000원에서 맴돌았다.

결론적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성향 상향 모두 주가상승에 효과를 내지 못한 셈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당성향이 높아진 보험업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또 업종의 전반적인 성장이 둔화되면서 투자 관점이 유틸리티 주식으로 서서히 변모하고 있다는 점도 보험주가 향후 배당주로 부각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날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배당성향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배당자체가 주주에게 확실하게 돌려받는 금액이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선 더 반가운 이슈"라고 밝혔다.

특히 주주환원 효과가 온전히 부각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자사주를 단순 매입하는 경우, 매입 물량이 나중에 매도 물량으로 바뀌면서 다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본질가치는 그대로인데 발행 주식 수가 줄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사실 금융사들은 자본규제를 받는 형태가 제각각인데다, 그 자본을 금융사들이 어느 정도 통제해야하기 때문에 일반 제조업에 비해 자사주를 소각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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