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판매 고객, 65세 이상 고령자 17% 넘어
수수료 별도 고지·계약 후 냉각기간제 고려해야
판매중지 등 당국 사후 제재 필요성도 제기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저금리·저성장, 고령화 기조와 맞물려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됐다. 금융상품의 위험성과 수수료에 대한 사전 이해를 높이고 상품 가입 후 숙려 기간을 두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상품의 부작용이 심각할 경우 판매중지 등의 강경한 보호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1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개혁'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갖고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금융상품 수익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원장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만큼 금융사들이 상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리스크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품들을 더 많이 출시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 적합한 상품 권유와 판매가 중요시되는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도 "기존에는 금융소비자들이 상품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으나, 이제는 선택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게 글로벌 인식"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소비자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판매된 금융사의 ELS 관련상품 판매액중 65세 이상자에 대한 판매규모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판매액의 17.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고령자의ELS 관련상품 건당 판매액은 4800만원으로 투자자평균치(2600만원)를 크게 웃돈다.
안 교수는 "상대적으로 금융지식이 낮은 고령자가 ELS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해 손실이 발생하는 사례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며 "특히 펀드(ELF)나 신탁(ELT) 기준 고령자 판매액의 86%가 은행에서 이뤄지고 있어 고령자들이 위험상품을 안전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 상품에 있어서도 고령자가 상품 내용을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사후적인 보험금 청구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분쟁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소비자들이 경험한 가장 불합리한 관행으로는 상품설명 불충분(40.6%)과 약관 내용의 어려움(34.5%), 각종 수수료 설명 불충분(29.5%), 부담스러운 상품 권유(27.1%), 과장광고(16.4%) 등이꼽혔다. 지난해 기준 업권별 민원 발생 건수를 보면 보험사에 대한 민원이 총 4만4054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신용카드나 여신 등 비은행 금융기관(5953건), 은행(4554건), 금융투자(3760건)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사 관련 민원의 대부분이 상품 설명이나 사전 고지가 미진한 데 따른 것인 만큼 상품에 대한 설명의무, 특히 수수료에 대한 설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안 교수는 "금융상품 중 일부 수수료에 대한 설명·공시가 현재 이뤄지고 있으나 소비자가 이해하기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금융상품의 수수료 항목을 별도 표시하고 보험상품의 경우 수수료를 설명의무 대상으로 포섭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최근 2~3년간 금융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소비자 보호 방향에서 가장 핵심적인 수수료 관련 이해상충 구조가 빠졌다"며 "월드뱅크에서도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당국이 규제할 수 있어야 하고 금융소비자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소비자가 계약 체결 후 상품 가입의 합리성에 대해 충분히 제고할 수 있는 냉각기간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상복 박사는 "금융상품 판매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는 있겠으나 금융위기 이후 판매 행태가 금융소비자들에게 기본적인 철회 요구권도 주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중계 판매자들이 인센티브를 갖고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측면에서 과장이나 과소설명을 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소비자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고 구매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박사는 "최근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비판에 따라 금융소비자 피해 관련 약관심사 규제가 사후보고나 협회 심사 수준으로 약화되고 있다"며 "상품개발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금융상품의 내용이나 판매과정에서 소비자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금융당국이 판매제한이나 구매권유 금지, 개선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금융기관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