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비상' 현대상선, 위기탈출 묘수 있나?
'유동성 비상' 현대상선, 위기탈출 묘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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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그룹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대상선은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뾰족한 수가 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보이면서 정부의 실질적 지원 없이는 위기탈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각 추진…"현대상선 매각 안해"

27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에이치라인해운에 약 1000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이 현대상선에 1000억원을 지급하고 부채 5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이다.

현대상선의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3분기 8000억원대로 현대상선 전체 매출에서 17% 정도를 점하고 있는 알짜 사업이다. 현대상선에서 컨테이너부문 비중(75.02%)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상선이 이런 사업을 내놓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3분기 약 68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면 2014년부터 2년 동안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계속된 적자와 해운업 침체로 악화된 현대상선의 재무 상태는 유동성 위기로까지 번졌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지키기 위해 지난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뒤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을 진행해왔다. △현대상선 유상증자 2373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1803억원 △현대상선 외자유치 1170억원 △LNG 운송사업부문 매 9700억원 △부산신항만터미널 교체 2500억원 등 총 3조3300억원을 확보해 자구안 100% 달성을 넘어섰다. 하지만 6400억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이 틀어지면서 한진해운과의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고, 현대상선 매각 가능성도 점쳐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각은 자구안의 일환을 나온 얘기며, 현재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다만 현대상선 매각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현재 추진 중인 벌크전용선 사업부 매각이 이뤄지면 6조원이 넘는 부채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매각으로 현재 800%가 넘는 부채비율을 약 70% 포인트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대상선은 오는 4월 말과 7월 말 각각 1200억원, 2400억원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회사채 상환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현대아산 주식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하고 일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4500억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측은 현재 영구채 발행과 사업부 매각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 자산 매각과 채권 발행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준의 자구안을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 부채비율 800%…채권단 추가지원 가능성 '글쎄'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내놓을 추가 자구안마저 채권단으로부터 거부당할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강도 높은 자구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상선이 보유한 자산 중 매각할 만한 것이 이제 없다.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면 컨테이너 사업부만 남는다. 이를 매각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구안 계획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받기에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거부당할 경우 높은 부채비율과 당장 갚아야할 부채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해운업 지원 방안은 부채비율이 400% 이하여야 선박펀드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현대상선은 800% 정도"라며 "사업부 매각만으로는 현재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민·관 합동 선박 펀드를 조성해 해운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운영 초기에는 펀드 규모를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추후 수요에 따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상태가 일정 조건(부채비율 400% 이하)을 달성할 때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조건 부채비율인 400%는 선사들의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부채비율이 400%면 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수출입물량의 99% 이상을 수송하고 있는 국가 전략산업이자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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