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QE?…채권시장 '후끈' 전문가들 "글쎄"
한국판 QE?…채권시장 '후끈' 전문가들 "글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권시장 강세 지속…"자본유출 등 부작용 우려 커"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경계감으로 반등했던 채권금리가 다시 사상 최저 수준(채권가격 상승)으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채권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채권시장은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20년물 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장기물 중심으로 강세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 1.5bp 하락한 1.535%를 기록했으며, 국고채 10년물은 3.0bp 하락해 1.765%를 보였다. 또 국고채 20년물 15-6 역시 2.5bp 떨어진 1.857%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또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10년 국채선물(LKTB)에 매수세를 보이면서 양호한 수급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외국인 보유잔액은 97조원에서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는 현물시장금리에 영향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채선물시장에서 누적순매수 포지션을 구축하고, 국채 듀레이션 확대 등을 통해 최근 채권시장 강세를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지난주 새누리당의 '한은의 채권 매입' 공약 관련 이슈가 국내 금리인하 기대를 재차 강화시킴에 따라 외국인 수급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이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새누리당 강봉균 선대위원장이 4·13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판 양적완화(QE)'는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산업금융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매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즉 한국도 기준금리 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중자금이 막혀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중앙은행에 한국판 통화완화정책을 주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HMC투자증권에서는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은 아주 불가능한 정책은 아니지만 법적인 문제, 시기적 적절성, 실효성과 부작용 우려 등으로 현실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2년 전 대만에서도 '대만판 양적완화' 주장이 제기됐으나 일본과 같은 장기적인 디플레 우려가 낮고, 양적완화를 시행한 기축·준기축 통화국과 달리 양적완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실질실효환율이 주변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었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한국에 적용해 보면 한국 역시 장기적 디플레 우려가 낮고, 기축·준기축 통화국이 아니며, 실질실효환율이 지난 2014년과 2015년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이 당장 양적완화를 고려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며 경기부진에 대응해서는 기존처럼 금리인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미국은 이미 출구전략을 시작했고 현재 양적완화 정책은 일본과 유럽만 행하고 있다. 통상 양적완화를 시행한 국가는 기본적으로는 '제로금리→양적완화→마이너스 금리 도입' 순으로 정책을 펴 나갔는데, 후자의 정책일수록 그만큼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양적완화가 한국에 당장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을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자본유출에 대한 트라우마가 많다보니 지난 2월 원-달러 환율 1200원 중반에서 정책당국의 환율 구두개입이 보여주듯 원화의 갑작스런 절하를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며 "자본유출과 원화의 급격한 절하라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을 쉽사리 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채권시장은 단기적으로 미 연준의 온건한 금리인상 시사와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로 강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급락 등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데다, 경제지표가 한은의 전망 목표치에 미달하고 성장률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를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리인하 여부를 떠나 4월 금통위 이후에는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될 것이며, 또 이달 금통위가 중순 이후로 미뤄진만큼 변곡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이 두 번 이상의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채권금리의 추가 하락 룸은 크지 않을 것이며 추가 하락할수록 반등 리스크도 높아질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한은 총재의 성향이 미래지향적인데, 최근 경제지표에 대해 성장경로의 불확실이 높지만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해 한은의 보수적인 금리인하 패턴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