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증시 무법자' 정치테마株, 예견된 결말
[초점] '증시 무법자' 정치테마株, 예견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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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횡행…당국 모니터링 강화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기자] #. 최근 반기문 UN사무총장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회동 사진이 한 정치인의 SNS에 공개되면서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로 불리는 보성파워텍, 광림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꿈틀댔다. 여기에 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 1위에 올랐다는 결과가 전해지면서 '반기문 테마주'의 요동 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대표적 '반기문 테마주'인 보성파워텍, 광림, 성문전자, 씨씨에스의 주가는 모두 2~3%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반 총장과 김 전 총리의 회동 사진이 공개된 다음날이었다. 하지만 이들 주가는 다음날 일제히 반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중 보성파워텍은 반 총장의 친동생 반기호씨가 부회장직을 맡고 있어 대표적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다. 때문에 올해 유난히 반 총장의 행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중순에는 반 총장의 방한 예정 소식에 급등해 종가 1만4750원을 찍으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달 5000원 안팎에서 형성된 데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이 외에도 문재인·안철수·김무성 의원 등 '유력 대선 후보'와 테마주로 묶인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이들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널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보성파워텍 등 정치인 관련 테마주의 오름세는 수치상으로 매우 뚜렷하지만 정작 급등 사유는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반기문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들 대부분은 혈연과 학연, 지연에 의해 형성됐다. 반 총장의 친동생이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곳을 비롯해 고향, 사촌동생, 고교동문, 대학후배, 유엔 환경기구 상임위원 등 갖가지 배경을 명분으로 반 총장과 엮은 테마주만 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정치인 테마주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의 경우 '알맹이 없는' 주가 흐름만 보고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들 테마주의 경우 특정 세력이 개입된 불공정거래 소지가 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반 총장의 고향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묶인 모 기업은 최대주주가 주가 조작을 해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한 주당 960원대였던 주식이 무려 254% 뛴 3400원까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의 흐름은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와는 전혀 무관하게 움직인다"며 "결국 예측이 가능한데도 매번 피해가 계속되는 것은 투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난 3월 반기문 테마주를 포함, 요동치는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감시대책을 내놨지만,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엄세용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사실 특정 주가의 테마 형성 과정을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뿐더러 적발 시에도 손 쓰기가 쉽지 않다"며 "주식 투자가 개인의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개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총선 전후로 관련 정치테마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 적발 사례에 대해선 절차대로 제재를 가했다"며 "그 결과 시장에서 테마주의 '묻지마 급등' 현상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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