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 발 묶인 캐피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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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카드사와 저축은행에는 정책적 지원을 해주면서 캐피탈사만 손발을 묶어둔 채 영업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A캐피탈 관계자)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종료에 이어 가맹점 수수료 및 대출 상한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 및 저축은행들에 자동차 할부금융업과 중금리 대출이라는 정책적 지원책이 마련됐다.

반면 이 시장의 '원조' 플레이어 격인 캐피탈사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면서, 금융당국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캐피탈사는 본업 외 보험·중고차 판매업 등 부수사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보험판매의 경우 캐피탈 상품과 연계해 소비자에게는 할인을, 업계는 이에 따른 수수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고차 판매는 장기렌트, 리스로 반환된 차량을 판매할 수 있어 현재 헐값에 공매로 처분해 얻는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보험업법상, 중고차 판매는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속해 있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보험판매는 여신금융업법상 가능해 카드사가 이미 연계 영업을 하고 있으며, 중고차 판매도 SK엔카, 롯데렌터카 등 대기업들이 이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보험판매는 충분히 연계 가능한 사업 분야로 금융당국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고차 판매를 막는 중소기업적합업종도 국내만 있는 법으로 일정 부분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캐피탈에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중고차 판매에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것은 법안 발의 전 이미 사업을 영위했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및 중고차 판매상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근 핀테크 등의 출현으로 금융 장벽이 갈수록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캐피탈사 역시 허물어진 장벽 탓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같은 시장을 두고 어느 한쪽은 손발을 묶고 경쟁하라는 것은 공정한 룰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규제 역차별을 토로하는 캐피탈업계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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