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시장 침체 하반기 상장 연기 기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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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희망 공모가 기관들 '외면'…투자심리도 악화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기자] 하반기 증시에 출사표를 내밀었던 공모 기업들이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어붙은 IPO(기업공개) 시장 속에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장을 유기(무기)한 미루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던 체외질병진단(면역진단) 전문기업 피씨엘이 지난 16일 상장을 철회, 관련 일정을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피씨엘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공모 희망가밴드(1만1300원~1만4400원)를 크게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희망가 탓에 기관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피씨엘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에는 질량분석기 개발 전문업체 아스타도 이달 28일로 예정됐던 상장을 내년 2월로 미뤘다. 같은 바이오 업종인 피씨엘과 마찬가지로 코스닥 시장 부진 속 수요예측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주된 사유다.

또,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마지막 상장 예정 기업인 국내 1위 신발전문매장 ABC마트코리아도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연내 증시 진입에 박차를 가했지만, 시장의 침체를 고려해 상장 연기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이엘피 △유바이오로직스 △제이앤티씨 △서플러스글로벌 △에코마이스터 △호전실업 △덴티움 등 공모 기업이 하반기에 상장 일정을 연기 또는 철회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 연기는 하반기 들어 대내외 악재에 따른 시장 약세와 신규 상장 기업들의 부진으로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 요인으로 풀이된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올해 신규 상장사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0.8%에 불과하다. 이는 18~39%로 호조를 보였던 최근 4년과 견줘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높은 공모가로 상장한 신규 기업들이 상장 직후 주가 고점 형성 후 하락세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최종경 연구원은 "4분기 시장이 약세로 흐른 가운데, 신규 상장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후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면서 "이에 수요예측과 공모가 약세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많은 상장 예정 기업들이 내년 1월 이후로 상장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물론 여러가지 내외 변수가 복잡한 연말을 피해 상대적으로 신규상장 비수기인 연초를 택한 것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는 있다"면서도 "풍성해야할 연말 시장이 무너진 것은 내년 연초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될 여지도 남게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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