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12일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주도하고 있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손실 부담에 대해 충분치 않은 시간 내에 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데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산업은행이 지난 2015년 8월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약속하며 투자자에게 지불 유예를 요청했으면서, 지난달 갑작스럽게 2조9000억원의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채무조정안을 제시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만기를 연장하는 채권의 상환이 매우 불확실하다"며 "대우조선이 배를 건조해 대금을 받게 되더라도 원가에 미치지 못해 적자가 지속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박 건조 시 시중은행의 RG(선수금환급보증)부터 해소 된다"며 "6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만기상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져 50%의 지급을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대우조선이 배를 만들어 돈을 받게 되면 그 돈으로 사채권자들이 50%의 돈이라도 받게 되므로 국민연금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한 데 대한 국민연금의 반박으로 풀이된다.
최 행장이 대우조선의 회사채를 두고 구조조정 방안 발표 이전부터 지급불능 상황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대우조선의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역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지급불능 상황임을 알고도 이해관계자들에게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손실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직접 실사하겠다고 요구했다'는 산업은행의 주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산업은행 측이 구조조정 발표 전에 사전 협의를 진행한 바도 없고 이후에도 국민연금 측에 협상안을 제시한 바 없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3일 구조조정 방안 발표 후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대우조선 측에 면담을 요구했고, 이후 4월 만기 회사채의 우선 상환 요구까지 철회하면서 협상을 추진했으나 산업은행 측이 이를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우조선에 대한 직접 실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을 통해 관련 자료의 검증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설명한 것"이라며 "4월 만기 회사채에 대한 상환유예를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4월 만기 회사채의 상환을 유예하고 이후에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어 합리적인 결정에 이르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단"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