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건설업계 비리, 왜?
끊이지 않는 건설업계 비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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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관계 악용·특혜와 금품 오가기 쉬운 환경이 문제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이 적발되는가 하면 '갑을관계'를 악용해 금품을 주고받는 사건 등 건설업계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일 경찰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원주경찰서는 최근 서원주~옛 원주IC까지의 1공구 공사구간 A공사업체 원주현장소장 최모(56) 씨, 하청업체 대표 박모(60) 씨 등 33명을 특경법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증재·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허위 세금계산서 등으로 설계변경 공사대금을 부풀려 12억원을 편취하고, 하도급 선정 대가 등으로 7억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시공사는 하도급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지위를 악용해 하도급 업체로부터 청탁금을 받았으며, 하도급에 선정된 업체는 다시 하청업체로부터 계약 유지 조건으로 돈을 받는 등 고질적인 갑을 관계가 비리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4개사가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701억9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들은 입찰 하루 전날과 당일 35차례 이상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교환하며 공구별로 낙찰기업과 들러리기업, 투찰금액을 정하고 입찰에 필요한 서류도 공동으로 작성했다. 특히, 메신저로 투찰서류를 공동으로 검토했고, 합의 내용대로 실행하는지를 서로 감시하기 위해 건설사 직원들이 만나 투찰서류를 제출할 정도로 대담하고 노골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국책사업 등 대규모 공사에 입찰하기 위해선 모든 공구에 대한 설계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설계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해 입찰 전 다른 건설사들과 미리 공구를 나눠놓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해외수주 급감과 건설경기 침체 등 악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비리 행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주요 20개 건설사가 담합 과징금으로 1조2338억원을 부과받았다. 과징금 규모를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204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1837억원) △대림산업(1403억원) △SK건설(962억원) △대우건설(855억원) △GS건설(746억원) △포스코건설(710억원) △현대산업개발(623억원) 등의 순이다.

사실 건설사들은 부패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정노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8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선 현대건설 등 국내 72개 건설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건설업계 자정결의대회'가 열고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건설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타 업종보다 특혜와 금품이 오가기 쉬운 환경이고 각종 개발사업 등이 성공하면 투자액 대비 회수액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억원대 공사 담합이 적발돼도 과징금은 계약금 수준에 불과한 데다 몇 차례 조정 작업을 거치면서 과징금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게 보통이다. 최근 최저가 낙찰제 중심의 기존 입찰 제도가 기술력 평가 등을 포함하는 '종합심사제'로 바뀌면서 담합은 어느정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진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법행위에 대한 건설사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부패고리를 끊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들의 자정 노력으로 비리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것은 다른 업종에 비해 사람과의 접촉이 많아 그만큼 담합 의혹과 로비가 쉽게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비리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건설사들의 의식변화와 함께 더 큰 과징금을 부과하는 강경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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