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32조원'…우리은행이 1915년부터 독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서울시가 우리은행에게 단독으로 맡겨 왔던 금고 제도를 103년 만에 처음으로 ‘복수’ 금고 제도로 바꾼다.
예산만 3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금고지기'는 내년부터 2곳이 맡게 되는 것이다.
18일 서울시는 시금고인 우리은행과의 약정 기간이 올해 12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공개경쟁 방식으로 복수 시금고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1금고, 기금 관리는 2금고가 맡게 된다.
시금고는 각종 세입금 수납, 세출금 지급은 물론 세입·세출 외 현금 수납과 지급, 유휴자금 보관 및 관리, 유가증권 출납·보관 업무를 맡는다.
서울시는 경성부였던 1915년부터 우리은행 전신인 조선경성은행이 금고를 맡아 운영해왔다.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만 유일하게 단수 금고제를 운영해왔다. 이에 서울시와 우리은행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다른 시중은행들은 복수금고의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해왔다.
시중은행들이 시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을 끌어들일 수 있고 세출, 교부금 등의 출납 업무를 하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영업해 부수적으로는 고객 확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시금고를 노리는 은행들의 물밑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는 고심 끝에 위험 분산과 시금고 운영 역량이 있는 금융기관 양성을 위해서는 복수금고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금고는 은행만 참여하지만, 2금고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신협 등도 참여할 수 있다.
이번에 시금고 열쇠를 쥐면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의 예산·기금을 관리할 수 있다.
서울시는 다음 달 25∼30일 금융기관들의 제안서를 접수받아 심의한 뒤 5월 중 금고 업무 취급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시금고는 금융·전산 분야 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서울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해 지정한다.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재무구조의 안정성, 서울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시민의 이용 편의성 등을 평가한다.
변서영 서울시 재무과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시금고가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