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금융소비자 단체도 가세…"대출금리 조작 문제 있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은행들의 금리 조작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국회에서 검찰 고발 등 문제를 제기하며 은행들은 일단 고개를 숙이면서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25일 본보가 각 은행에 확인한 결과, 은행권은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를 일부러 빠트리는 등 수법을 사용한 대출금리 조작 논란에 일단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은행 차원의 조직적·고의적 금리 조작은 없었다"며 "직원 개인의 단순 실수로 추측된다"는 해명도 함께 제시했다.
다만 이같은 은행권의 입장과 달리 정치권, 금융소비자단체 등이 대출금리 조작에 대해 속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9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 논란에 금리조작 사건까지 터진 상황에서 은행들이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나. 다들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5월까지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정성 검사 결과, 대출자 몰래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올려 받은 사례 수천 건이 적발됐다. 특히 대출자의 소득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축소해 가산금리를 더 받은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사례가 많은 만큼 고의성을 배제 못한다며 모든 은행에 유사사례가 있는지 전수 조사를 예고했다. 또 은행들에게 부당하게 더 받은 이자를 계산해 대출자들에게 돌려주도록 조치했다. 환급 대상은 회사 사이의 거래에서 채권의 소멸시표가 5년인 점을 고려해 최근 5년간 대출로 제한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환급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추가 검사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향후 금감원의 전수조사 실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대출자들에게 더 받은 이자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방식으로 환급할지 절차에 대한 논의를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최근 쏟아지는 각종 비판공세에 대해 "은행 차원의 조직적인 금리 조작은 절대 없었다"며 "고의적·조직적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금감원의 중간 발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A은행 관계자는 "지점 담당자의 업무 미숙이나 단순한 시스템 조작 실수에 의한 것"이라며 "은행이 의도적으로 지시를 내린 사실은 없다"고 재차 호소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앞서 금감원이 수 천건이나 발생했다고 제시한 대출금리 조작 사례들이 자체 시스템 상 발생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다. B은행 관계자는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금감원 조사도 미숙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미묘한 '엇박'을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논란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국회 차원에서의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소비자단체는 소송전까지 불사할 태세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유럽연합(EU)는 지난 2013년 대출금리를 조작한 8개 대형은행들에 약 2조2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며 "금리조작을 저지른 시중은행들에 대한 검찰 고발과 관련법 개정 그리고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전산을 조작하고 높은 금리를 소비자들에게 물린 행위는 형법상 사기와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범죄"라며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은행법상 제재조항이 없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면서 은행들에 대해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감원이 은행들의 금리 조작 사실을 공개한 지난 21일 관련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이번 건의 피해자 사례를 수집해 사례별로 분류한 후 피해 보상을 위한 대규모 소비자 공동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