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프라이빗 클라우드 준비…"퍼블릭은 아직 불안"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금융당국이 외부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지만 정작 은행권은 시스템을 행 내에 두는 프라이빗(Private,전용) 클라우드만 준비하는 등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민감한 금융정보에 대한 관리 이슈와 문제 발생시 책임 공방 등 난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위는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확대방안'을 내놓고 금융사가 퍼블릭(Public, 공중) 클라우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확대했다.
은행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던 개인신용정보나 주민등록·운전면허번호 등 고유식별정보를 클라우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을 개선해준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권이 KT나 코스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LG CNS 등 전문 업체의 시스템을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 업체를 통해 서비스할 경우 굳이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재해나 비상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필요한 인프라가 있다면 신속하게 구성할 수 있어 서비스 출시기간이 짧아지고, 오픈 API등 부가적인 서비스 확장도 용이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금융권에서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향후 비용 절감이나 도입에 따른 이점이 입증되면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금융사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금융위원회가 내다봤던 전망과 거리가 멀다.
NH농협·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은행 시스템 내부에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마련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12월까지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과 시범업무에 대한 검증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보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 5월 하나금융그룹 내부 차원의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시했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의 개인별 PC 본체를 별도의 가상화 서버로 구성하는 클라우드PC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며, 우리은행 역시 행내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검토중이다.
클라우드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퍼블릭 클라우드를 쓰기는 아직 불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클라우드 업체의 과실로 인해 금융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그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입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와 제공자 간 클라우드 이용 계약 체결시 개인정보 유출 등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더라도 이는 계약서에 내용을 담았을 뿐 결국 은행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제공자가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퍼블릭 클라우드 이용 확대의 장애물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현재 관련 규제 방안이 구체화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을 보고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