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최유희 기자]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경험 없이 무턱대고 창업했다면 망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지하 1층 에이토랑(aTorang)에서 연성대학교 호텔외식경영전공 학생들을 만나 외식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2015년 문을 연 에이토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외식창업을 꿈꾸는 청년·대학생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청년키움식당'(청년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5곳 가운데 한 곳이다.
청년키움식당은 서울 녹번동,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전북 완주군, 전남 목포시에서도 만날 수 있다. aT는 청년키움식당 사업을 총괄하며, 세부계획 수립과 사업시행자 선정, 홍보·운영·평가·정산을 맡고 있다.
과거 aT 본사 건물에 둥지를 튼 에이토랑에선 주방을 포함한 식당 시설을 무료로 빌려준다. 청년들이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한 손님들 반응을 확인하고 응대방법까지 익히도록 돕는 셈이다. 외식창업을 꿈꾸는 청년들 입장에선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
에이토랑은 한 달에 한 팀씩 돌아가면서 운영한다. 11월 운영자는 연성대 호텔외식경영전공 1·2학년 학생 15명이다. 이들은 '발할라'란 팀을 꾸려 콩나물국밥 등을 팔고 있다. 발할라는 '기쁨의 집'이란 뜻이다.
발할라 팀장을 맡은 권하늘(25)씨는 "1일부터 14일까지 딱 절반을 달려왔습니다. 생각보다 신경 쓸 것이 엄청 많더라고요. 영업 시작은 오전 10시부터인데, 육수부터 반찬까지 준비할 게 많아 새벽 3시에 출근하죠. 힘들지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카운터에서 계산하던 이재우(25)씨 역시 "창업하기에 앞서 메뉴 설계도 해보고 동선도 짜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 배우는 게 많다"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에이토랑 메뉴는 운영자들이 직접 결정한다. 발할라는 회전율이 빠른 음식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 결과 3분 안에 나올 수 있는 콩나물국밥을 주 메뉴로 골랐다. 직장인 손님이 많이 찾기 때문에 해장용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점도 콩나물국밥을 고른 이유 중 하나다.
권씨는 "콩나물국밥은 6000원, 육전은 5000원입니다.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재료비와 가스요금 등을 빼면 순수익이라 음식 값이 저렴한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발할라 메뉴 가운데 1만원을 넘는 것은 1만6000원인 모주 1병뿐이다. 콩나물국밥 외에 세트와 이주의 주방장 추천 메뉴가 인기다. 이번 주 추천 메뉴는 짬뽕밥이다.
전체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해 권씨는 "돈을 벌기보다 경험이 목적"이라고 했다. 평소 하루 평균 매출은 20만원 수준이다. aT센터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90만~130만원까지 늘어난다. 식당 운영이 처음인 만큼 힘든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권씨는 "재료 확인, 출근 확인, 동선 착오 등 신경 쓸 게 엄청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다들 호흡이 잘 맞는다"며 웃었다.
방문자 후기도 식당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권씨는 "맛있다는 손님도 많지만 쓴 소리 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콩나물국밥에 익히지 않고 다진 생마늘이 고명으로 올라가는데 호불호가 갈려요. 우리에겐 좋은 조언입니다"라고 말했다.
발할라는 11월 한 달간 에이토랑에서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장사를 한다. 이달 말 운영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간다. 권씨는 학교로 돌아가 기말고사를 치른 뒤 2학년은 졸업하는데, 에이토랑 운영 경험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