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KB금융그룹 사장단 인사, 친정체제·세대교체에 방점
[초점] KB금융그룹 사장단 인사, 친정체제·세대교체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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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계열사(14)의 절반(7) 중 3곳(4명) 교체
KB증권, KB출신 각자대표 '진일보한 과도체제'
KB부동산신탁 '안정'·KB캐피탈 '성과'에 초점
50년대생 모두 퇴진…尹회장 '젊은 CEO' 완료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후보,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후보, 황수남 KB캐피탈 대표이사 후보, 김청겸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 후보 (사진=KB금융지주)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후보,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후보, 황수남 KB캐피탈 대표이사 후보, 김청겸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 후보 (사진=KB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19일 단행된 KB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친정체제 강화'와 '세대교체'로 압축된다.

KB금융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14개사, 이중 절반인 7개사 CEO가 이달말 임기를 맞는데, 이번 인사에서 새 수장을 맞게된 곳은 3개사다. KB증권은 2명의 각자대표 체제여서 4명의 대표가 새로 탄생했다. 전체 계열사의 절반이 인사대상이고 그중 절반이 바뀐 셈이다.

산술적으로는 변화와 안정,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개사(3명)의 새 CEO가 KB금융이나 국민은행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모두 50대(60년대생)라는 점이 더 눈길을 끈다. 따라서 'KB금융 색깔입히기'와 '세대교체'에 인사의 방점이 찍혔다는 후평이다.

이날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KB증권과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세 곳에 대해 신임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가장 큰 관심이 모아졌던 KB증권은 박정림 부사장과 김성현 부사장을 2명의 각자대표로 내정했다. 새로 인수한 현대증권과의 화학적 통합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하에 단일대표 체제로의 변화를 한번 더 유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대신 두 명의 각자대표 모두 KB금융 출신 인사를 앉혔다. 현대증권의 그림자는 최소화하면서 KB금융의 색깔을 입히기 위한, 일종의 '진일보한 과도체제'를 선택한 셈이다.

박정림 KB증권 대표 내정자는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검증되고 준비된 인물이다. 일각에서 윤경은·전병조 전 대표가 사임의사를 표명하자 박 내정자가 단독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KB금융이 박 내정자 단독대표 체제 대신 각자대표 체제를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그가 은행에서 성장한 사실상 뱅커 출신이라는 점때문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가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증권업무에 대해서는 전문성면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겠는냐는 관측이다. 다시말해 전 전 사장이 맡았던 IB업무를 관장할 전문가가 필요했고, 그런 이유로 2002년부터 IB를 담당해온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을 또 한명의 각자대표로 낙점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시에 KB증권이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KB금융 색깔내기'의 속도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 현대증권 출신 임원들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KB금융으로서는 KB증권 노동조합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KB증권 노조가 은행 출신 사장 임명에 반발하면서 증권업에 밝은 단독대표 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KB부동산신탁은 전통적으로 KB국민은행 출신 인사가 자리를 옮겨왔다. 김청겸 KB부동산신탁 내정자 역시 은행에서 강원과 충북지역, 서울 영등포지역 영업그룹 대표를 지낸 정통 뱅커출신이다. 업무 특성이나 규모면에서 유능한 뱅커출신이 맡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뤄진 인사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은행 중심 금융그룹들이 가계부채 규제 등으로 인한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추세인데다 최근 부동산신탁에 거는 기대가 큰 것에 비해 김 내정자의 부동산 관련 경력이 부족하다거나 무게감이 다소 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황수남 KB캐피탈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역전의 용사'라는 후평이 뒤따른다. KB금융그룹의 친정체제 강화 추세 속에서 비(非)KB금융 출신이 선택받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인사 배경을 더 뜯어보면 철저하게 전문성에 기반한 '성과주의' 인사의 전형이라는 평가다. 

황 내정자는 지난 2013년 우리은행에서 KB금융으로 매각된 우리파이낸셜 출신으로, 자동차금융본부장을 거쳐 KB캐피탈 영업채널본부장 상무·전무를 거쳐 자동차금융본부장 전무를 지냈다.

특히 황 내정자는 KB캐피탈을 상징하는 간판상품인 'KB차차차' 등 자동차 온라인 플랫폼 개발·운영에 성공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업권 내 자동차금융부문에서 독보적인 영업력과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다른 한편, KB금융은 이번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대교체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박지우(57년생) 전 KB캐피탈 대표와 정순일(58년생) 전 KB부동산신탁 대표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룹내에서 '고참'소리를 들었다. 이들과 함께 김기헌(55년생) KB데이터시스템 대표도 퇴임하면서 계열사 내 50년대 생은 모두 물러나게 됐다. 따라서 이들의 퇴임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젊은 CEO'체제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조만간 단행될 KB금융그룹 임원 인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시사점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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