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금고지기·제로페이 모태···서울시 '공무원용'?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근 제로페이 결제 현황이 공개되자 서울시 공무원들만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제로페이 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진 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3138건, 총 4377만원이 결제됐다. 다음으로 결제가 많이 이뤄진 곳은 신한은행(1807건, 2719만원)이다. 활성고객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도 1360건(1560만원)이었다.
제로페이를 서비스하는 15개 은행 중 우리·신한 두 은행과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평균 결제 건수가 200여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나머지 12개 은행 결제 건수를 다 합산(2328건)한 것보다 더 많은 결제가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가장 편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스마트폰뱅킹 앱을 실행하면 화면 상단에 '제로페이' 아이콘을 배치해 바로 눈에 띌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개인 설정을 통해 첫 화면 바로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제로페이 대신 솔(SOL) 페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고객이 혼동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대표 뱅킹앱인 KB스타뱅킹 대신 리브(Liiv) 앱의 첫 화면에 제로페이를 심었다.
하지만 다른은행들도 대부분 첫 화면에 제로페이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의 압도적인 결제 건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공무원만 제로페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전·현 서울시금고지기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두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다. 또 제로페이는 처음 '서울페이'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두가지 사실을 놓고 추론해보면 제로페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급여통장인 우리·신한은행의 계좌로 결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은행에서만 결제가 많은 이유도 설명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를 쓰려면 뱅킹 앱을 실행한 뒤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입력한 뒤 입금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카드에 비해 불편한점이 많은 만큼 서울시 공무원들만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금고가 신한은행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직 상당수 공무원들이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의 결제 건수가 신한은행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