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신경쟁, 결국 '금리전쟁'?
은행 수신경쟁, 결국 '금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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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은행채로 재원조달 '비난'
금리경쟁…수익성 악화 '우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19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들의 자금조달 행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여신 속도를 낮춰서라도 시장금리 상승 및 은행의 수익성을 해칠수 있는 CD 및 은행채 발행을 줄여한다는 것. 그러나, 6%에 이르는 특판예금으로도 수신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은행으로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뾰족한 방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유동성 증가 '은행 탓?'
한국은행이 이달 10일 발표한 '8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8월말 광의유동성(L) 잔액은 1972조3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21조원 가량 크게 늘었다. 전달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한 규모이다.
한국은행은 유동성 증가의 원인을 은행의 CD 및 은행채 발행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증권사의 CMA 및 증시로 빠져나가자 은행들이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CD 및 은행채를 대거 발행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8월 한달간 CD와 같은 시장형 상품은 6조원 가량 급증한 반면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각각 2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증가세가 쉽게 꺾일 기미가 없자 이성태 한은 총재가 은행의 CD·은행채 발행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19일 국정감사에서 "은행들의 CD·은행채 발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여신증가 속도를 낮추거나 다른 자금조달원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CD와 은행채 모두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총수신과 원화대출간 격차가 현저히 줄고 있으며, 고금리 상품을 출시해도 과거와 같이 '뭉칫돈'이 몰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6% 대의 특판예금이 출시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지만 수십퍼센트의 펀드수익률을 맛본 고객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한동안 CD와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은행으로서는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리전쟁 '초읽기'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고금리 예금상품을 통해 수신 감소폭을 줄여가고 있다.
줄곧 금리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국민은행도 고금리 월급통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하나·기업은행 등이 '스윙계좌' 방식의 보통예금 상품을 통해 저원가성 예금 이탈을 최소화 하고 있는 반면, 국내 1, 2위 은행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출시를 미뤄왔다. 
특히, 국민은행은 0.1%대의 요구불예금이 무려 35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월급통장도 120만좌에 달해 금리인상의 영향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타 은행들에 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내달중 정기적금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번 신상품은 기존 0.2~0.3% 우대금리를 0.2~0.5% 수준으로 끌어올려 최고 5% 대의 고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은행들이 너나 할것 없이 고금리 상품을 선보이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8월 월례조회에서 "금리로만 경쟁하면 당장은 고객을 유치하고 은행 자산을 키울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객을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지게 하고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엄청난 대가를 수반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보통예금의 경우, 한번 올린 금리는 다시 내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은행의 건전성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여전히 고금리 보통예금 출시 계획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마저 금리경쟁에 뛰어들 경우 신한은행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제살 깎아먹기식' 금리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은행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수밖에 없다"며 "고금리 혜택을 대신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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