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미혜 기자]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가 공금 10억원 가량을 빼돌린 내부 직원에 대한 관리 소홀로 잇단 의혹을 받고 있다. 단순 '인재'사고 라고 하기엔 횡령금액이 높고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지속됐을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내부 관리자 및 감시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신용관리본부 소속 30대 여성 대리급 직원 A씨가 물품구매 목적으로 발급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신한카드는 정기감사를 통해 이 직원의 배임 사실을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를 벌였다.
현재 경찰은 해당 직원을 배임 혐의로 신한카드 직원 A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회사물품 구입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금액의 규모는 10억원에 달한다. 신한카드는 또 이 같은 사실을 금융감독원에도 보고했다.
신한카드는 고객피해는 없다고 밝혔으나 금융커뮤니티에서는 업계 1위 카드사인 만큼 충격이 크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사건"이라면서 "담당 대리 혼자서 10억원을 사용했을 리 없다. 장기간 내부 시스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IT업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법인카드의 경우 대부분 한도가 정해져 있고, 팀별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본사 재무 및 총무팀에서 확인을 거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자산규모가 크고, 액수가 클수록 내부 시스템과는 별개로 관리자급을 통하지 않고 유용하기 쉽지않다"고 설명했다. 대리급 직원이 10억원 이상을 결제하는 건 단기간에 일어났다기 보다 장기간에 걸쳐 일어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찰에서는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났지만, 일각에서는 공모 의혹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10억원이라는 금액이 그것도 법인카드로만 한꺼번에 횡령하기 힘든 금액이다. 법인카드는 구조상 한도가 넘어가면 결제가 안되는데 대리급이면 연차도 얼마 되지 않을텐데 관리자급의 공모없이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각에선 한 개인이 저지른 '인재'라는 시각도 있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사의 특성상 자산규모와 조직원 수에 따라 시스템이 천차만별이다. 사람이 결국 나쁜 마음먹고 일을 하면 쉽게 잡아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용역이나 재화를 구매할 때 쓰는 법인카드로 한도는 100억원 가량 된다. 직원이 한도를 일으켰다가 끄고, 새로 일으키는 등 전표를 생성하지 않고 하는 방법을 알아냈던 것 같다"며 "내부 통제 시스템에서 걸러내지 못한 건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거래내역이 안잡혔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에서는 발견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직원이 적발되자마자 돈을 갚아서 현재 10억원 정도 남았고, 형량을 줄이고 정상참작을 위해 변제하고 있다. 돈을 갚아도 형사처벌은 받을 거고 얼마나 상환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보완책을 감사부서에서 만들어서 전사에 배포하는 한편 전산을 수정하고 관리감독 책임을 명확히 해 재발방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