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은행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은행주의 시가총액은 회사의 자본총계보다도 한참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주가가 청산가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저평가를 딛고 은행주가 반등을 도모할지 대외적 불확실성 영향을 계속 반영하며 추가 하락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9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7월 한달간 은행업종의 낙폭은 코스피지수 하락폭(5.0%)보다도 큰 5.3%에 달했다. 각 은행주별 하락율은 같은 기간동안 우리금융 6.8%, 하나금융 7.1%, KB금융 5.3%, 신한금융 3.1%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 한달 은행주를 순매도도했다. 4대 금융지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7월 한달간 순매도 규모는 4000억원(하나금융 2079억원, 신한지주 1364억원, KB금융 596억원, 우리금융 95억원 순)에 달했다.
미 재무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양국간 환율 분쟁이 증시 악재에 더해지면서 8월 들어서도 외국인들의 은행주 순매도는 계속됐다 7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외국인들의 9개 은행주(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제주은행)에 대한 순매도는 6100억원 규모다. 미중 무역 환율 분쟁,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등 대외적 악재가 코스피지수보다도 은행주에더 많이 반영된 모습이다.
그러나 실적만 놓고 보면 정작 은행주의 매력은 다른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조914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KB금융의 경우 상반기 전체 당기순익은 1조83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 감소했지만, 2분기 순익(9911억원)을 분리해 보면 분기 실적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우리금융 역시 상반기 1조1790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경상기준 최대치를 갱신했고, 하나금융 역시 임금피크 특별퇴직비용을 제외할 경우 상반기 순익 규모가 1조3300억원 수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사실상 이익 증가를 이뤄냈다.
올해 연간 실적을 놓고도 은행주의 전망은 밝다. 시장 컨센서스로 보면,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5.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대조된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 감소 규모는 시장컨센서스 기준 6월말 21.9%에서 7월말 24.1%로 하향되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이와 비교하면 실적면에서 은행주는 '승승장구' 수준이다.
은행들의 이와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은행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 수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PBR이 '1' 이하일 경우 기업의 시가총액(주가X발행주식수)이 기업의 자본총계보다도 낮다는 의미로, 사실상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 이하로 저평가된 상태'로 해석된다. 특히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지방은행들의 PBR은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처럼 긍정적 실적 전망과 저평가 매력에도 불구하고 은행주가 힘을 못쓰는 이유는 앞으로의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미중무역분쟁,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등 대외적 불확실성은 은행주의 발목을 강하게 붙잡고 있다. 이와 관련 금투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대출 수요가 줄고 부실자산이 늘어나면서 은행주가 급락하는 현상이 과거 금융위기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각인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작 대부분의 은행들은 자사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해외 IR 행보는 물론 보수의 일정액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월등히 개선돼 있다는 점에서 대외적 불확실성을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