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 저지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영 공백도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 3일 임명된 이후 20일 가까이 기업은행 노조의 저지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도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 집무실에서 임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1월 중순 이뤄지던 인사와 전국영업점장 회의 등 주요 일정들이 모두 미뤄졌다.
지난 20일 임기가 종료된 임상현 전무와 배용덕·김창호·오혁수 부행장이 퇴임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선임돼 2년 임기 만료후 1년 연임한 상황이라 기업은행 내부규범 상 더이상 연임은 불가능하다.
공석이 된 자리는 남아있는 부행장들이 임시로 겸직하게 됐다. 개인고객그룹(배용덕)은 이상국 디지털그룹장이, 소비자브랜드그룹(김창호)은 최석호 경영지원그룹장, 글로벌·자금시장 그룹(오혁수)은 서정학 IT 그룹장이 겸직한다.
인사 지연으로 1월말 이뤄진 전국영업점장회의도 늦춰질 전망이다.
전국영업점장회의는 전국 영업점장, 해외점포장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경영전략과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다. 김도진 전 행장은 영업점장회의에서 참석자 전원에게 구두와 양복을 선물하면서 '현장'이라는 경영철학을 전파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출근 저지로 아직 임시 집무실에 머무는데다 현 상황에서 섣불리 인사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다간 노조를 자극할 수도 있어 아직은 보고를 받는 수준의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 상황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청와대와 집권 여당, 정부를 상대로 재발 방지 등에 대해 대화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20일 "두 당사자가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기업은행 노조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27대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실상 첫 일정으로 기업은행 노조 지원에 나선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김동명 신임 위원장이 당선 직후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안다"며 "이날 오후 5시 쯤 기업은행 노조를 방문하는 데 이어 22일 출근저지 투쟁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제대로 된 대화도 이뤄지지 못하는데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까지 동참을 예고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