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 초대형IB 인가 신청 해 넘겨···'라임 사태' 암초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자기자본 4조원 충족 시 도약 가능한 초대형 투자은행(IB)를 목표한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자본을 갖춘다 해도 금융당국의 엄격한 잣대를 넘지 못하면 인가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곳이 먼저 초대형IB로 이름을 올릴지 주목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내로 100%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에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앞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금투에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396억원(별도 기준). 4분기 실적에 더해 5000억원대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4조원을 넘어서며, 초대형IB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하나금융이 그간 하나금투에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IB를 강화한 이유와 부합한다. 자기자본 7위인 메리츠종합금융증권(3조6439억원)을 앞지른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유상증자 완료 후 자기자본이 4조원으로 불어나면 금융당국에 초대형IB인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을 신청할 것"이라며 "다만 관련 사업을 위한 조직 정비 등 제반요건을 갖춰야 하기에 일정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말, 초대형IB로 도약하는데 필요한 효율적 조직 운영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IB그룹을 'IB 1그룹'과 'IB 2그룹'으로 나눴는데, IB 1그룹은 은행과의 One IB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IB 2그룹은 회사의 투자금융 및 대체투자분야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4조원 충족이 예정되면서, 향후 국내 초대형IB 대열에 여섯 번째로 합류할 주자에 관심이 모인다.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에 대해 초대형IB로 일괄 지정한 이후, 2년여 동안 6번째 증권사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8월, 6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단숨에 자기자본이 4조1983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확대된 자기자본이 인정되는 3분기 재무제표가 나오는 하반기께 금융당국에 초대형IB와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순차적으로 할 계획이었다.
신한금융지주의 통 큰 지원 하에 몸집을 불린 신한금투는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6호 초대형IB' 도약이 수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 해를 넘긴 현재까지 인가 신청조차 못 하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의 종합검사가 수개월째 마무리되지 않는데다, 돌연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연루된 까닭이다. 라임운용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맡아온 신한금융투자가 미국 운용사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엮여 있는 것. 아직 의혹인 상황이지만, 사실로 드러난다면 신한금투의 초대형IB 인가는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금투업 인·허가 심사 시, 금융사의 자체 리스크 관리나 내부통제 역량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신한금투에게 라임 사태는 리스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IB로 가는 길을 마냥 낙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여전히 높은 잣대를 유지하는 당국의 의중을 감안하면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금투업 인허가가 그렇지만, 관계법령 가운데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인가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초대형IB 정식 출범 후 2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반쪽 체제'가 이어지는 실정"이라며 "당국의 심사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형평성에 따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