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건물 팔아 '코로나 위기' 넘는다···주가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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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LG하우시스·현대HCN 등···주가 '쑥'  
유동성 확보···2월 이후 14건·매각 금액 1.3조
현대제철 잠원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현대제철 잠원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현대제철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잠원동 사옥 매각을 결정하면서 10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대제철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33% 급등 마감했다. 이날 현대제철 주가는 장중 한때 장 10% 이상 상승하며 정적발동(VI)이 걸리기도 했다. 

11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사옥 매각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을 대비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잠원사옥은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7호선 논현역 사이 강남대로 변에 있는 8층짜리 건물이다.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겹쳐 있는 노선상업지로 3.3제곱미터(1평) 당 2억원을 상회한다. 이를 감안해 업계가 예상하는 이 사옥의 가격은 600억원 이상이다.

잠원동 사옥 매각으로 600억원 이상의 현금이 현대제철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철강업계에 대한 부정적 전망으로 위축됐던 투자 심리마저 개선시켰다. 지난 8일 무디스는 글로벌 철강 산업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발생으로 전 세계 철강 제조업체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사태 이전에 내놨던 부정적 전망보다도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당일 1.65% 하락한 현대제철 주가는 9일부터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시가 화답할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를 대비한 현금 확보는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이슈가 됐다. 이에 기업들은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확보에 속속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이날까지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유형자산 처분’ 공시 건수는 총 14건이다. 처분 금액은 1조2576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공시 건수는 2건, 매각액은 629억원에 그쳤다. 유형자산 처분 공시는 자산총액의 5%(총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법인은 2.5%, 코스닥 상장사는 10%) 이상의 토지, 건물 등을 매각할 때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부산 영도 물류센터 부지 등 유휴 자산을 매각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는 복합쇼핑시설 스타필드를 지을 예정이었던 서울 마곡지구 부지를 매각해 8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마트는 마곡 업무용지에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를 열 예정이었지만 재무건전성 강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 매각을 결정했다. 이마트는 "일부 면적을 임차해 창고형 할인점을 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소속 산업자재 업체 LG하우시스는 ‘자산 효율화’ 목적으로 2월 11일 울산 사택을 630억원에 팔았고, 코오롱머티리얼은 경북 김천 공장에 있는 기계설비를 씨지주택에 넘기고 130억원을 확보했다.

최근 한진의 4대주주로 등극한 경방은 경기도 안산 반월공장 일부를 570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으며, 디아이동일도 청주 공장을 157억원에 매각한다. 이화산업은 종속회사인 영화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770억원에 처분한다. 

부동산 및 공장 등 유형자산 뿐 아니라, 비주력 사업체 또는 주식을 매각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인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 매각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매각이 성사되면 현대HCN이 보유한 4천억원 가까운 현금에 매각 대금까지 활용해 성장성 있는 신사업이나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31일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을 1천400억원에 빙그레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부채 상환과 제과 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데 쓸 계획이다. 

LG전자는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중국 법인 LG홀딩스의 주식 4천100여만주를 약 6천688억원에 처분한다고 지난 2월 밝혔고, LG상사 역시 보유한 LG홀딩스 주식 지분 전량을 3천412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자산 매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투 업계 관계자는 "3월 회사채 발행액이 지난 2월보다 7조3000억원이나 줄어든 5조1000억원에 그칠만큼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태에서 기업들이 현금을 구할 수 있는 대표적 방법이 자산 또는 비주력 사업 매각이다"라며 "경기침체가 길어질수록 건물 등을 처분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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