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쉽게 씻을 수 없는 '갑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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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장성윤 기자] 30여년 전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미스터피자가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여자를 위한 피자' '씨푸드아일랜드', '시크릿가든' 등 히트작을 내며 2000년대 후반 전성기를 누렸던 미스터피자는 2016년 오너의 '갑질' 사태가 터지며 힘을 잃기 시작했다.

미스터피자 본사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이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이었다. 갑질 횡포로 국민적 비난을 산 정 전 회장은 대국민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이미지 쇄신 노력은 실패했다. 탈퇴한 가맹점 대상 보복 출점, 친인척 부당 지원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탓이다. 피자의 핵심원료인 치즈를 가맹점에 공급하는 과정에 정 전 회장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 넣어 비싼 값에 떠넘겼다는 '치즈 통행세' 논란까지 불거졌다. 

정 전 회장은 2017년 150억원 규모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국거래소는 MP그룹이 거듭 영업손실을 내자 두 차례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MP그룹은 번번이 이의를 신청해 개선 기간을 받아냈으나 올해 마지막 유예기간이 만료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국내 분유 사업 선구자 역할을 했던 남양유업 역시 갑질 사태로 위태롭다. 남양유업은 2012년 영업이익이 637억원이었으나, 이듬해 갑질 사태가 터지자 영업손실 175억원을 냈다. 2016년 영업이익 418억원을 기록하며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 1분기 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남양유업은 2013년부터 이어져온 갑질 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한 것이 녹음돼 인터넷에 유출됐고, 수요가 적은 상품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밀어내기' 정황도 드러났다. 이후 남양유업 분유에서 녹가루가 나왔다는 논란이 나왔다. 최근엔 오너리스크까지 터졌다. 남양유업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데 이어 홍 회장이 경쟁사 비방 의혹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이다. 

연이은 갑질 사태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자 남양유업은 '남양'을 지우기 시작했다. 2014년 선보인 디저트 카페 '백미당'은 남양 브랜드임을 내세우지 않았고, 남양에프앤비(남양F&B)의 이름은 지난해 11월 '건강한사람들'로 바뀌었다. 2017년 강남 도산대로에 세워진 남양유업 사옥은 회사 이름 대신 창립년도(1964)만 새겼다. 

갑질 문제가 불거진 업체들은 대부분 또 다른 혐의가 속속 드러났으며 이에 따른 이미지 타격은 걷잡을 수 없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보여주기'식 사과에 속지 않는다. '윤리경영'이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앞서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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