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환매 사태, 증권사 IB도 '나비효과'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인프라·부동산 펀드 등 투자금융(IB) 관련 투자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자산운용사의 다른 사업 영역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텔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인수가 무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대체투자로 각광받고 있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선호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케이리츠투자운용의 명동 티마크그랜드 호텔에 대한 인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투자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인수가 무산된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매도자인 하나대체투자운용은 호텔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나대체투자운용과 케이리츠투자운용은 올해 1월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배타적 협상 기한인 3월말까지 케이리츠투자운용측이 투자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4월까지 한 차례 더 연장했지만 아직까지 인수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이 마련해야 할 금액은 2200억원 수준이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은 해당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모리츠를 내세워 신한금융투자와 총액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지만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투업계는 신한금투가 총액인수를 통해 티마크그랜드 호텔의 사실상 인수 주체가 된 이후 '셀다운' 방식으로 다른 기관 투자자들과 투자금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총액인수를 결정하기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리테일에 속하는 사모펀드와 달리 티마크그랜드호텔 인수는 투자금융(IB)에 속하는 만큼 의사결정 구조를 분리해 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와 관련 금투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판매는 소매쪽에서 진행했고,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는 이와 관계 없이 IB 부서에서 원활하게 진행하는게 맞지만,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IB쪽의 투자결정 마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고심은 깊어진다. 인프라펀드의 경우 민관파트너쉽(Private-Public-Partnership)을 통해 투자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도, 사모펀드 환매 중지와 관련됐다는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돌면, 국민연금 및 공제회 등 큰 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인해 기관들과의 사업제휴가 예전과 비교해 상당히 어려워졌다"며 "부동산, 인프라 등에는 극도의 투자 안전장치를 마련해서 하고 있는데도 기관들이 투자 참여를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투자 대상에 따라 분위기가 엇갈리는 측면은 있다.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높아진 비대면(언택트) 관련 데이터센터 및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는 활발하다.
한국투자증권은 타이거대체투자운용과 미국 최대 건축자재 유통 업체인 홈디포(Home depot)의 물류센터 투자를 추진중이다. 자산 가치가 2억4700만달러(약 2960억원)에 달하며 물류센터 인수가액 치고는 큰 규모이지만, 향후 20년 간 책임임차 계약이 맺어져 있어 투자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달 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잔금 납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기관들로의 투자금 분배, 이른바 셀다운도 원활한 편이다. 대출을 제외한 순수 투자금(에쿼티) 중 20%는 미국 현지 부동산 리츠 전문운용사인 베리트(VEREIT)가 공동투자자로서 인수하고,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102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맡는다.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수익증권을 향후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재매각(셀다운)할 예정이다. 업계는 기관 셀다운이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