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강남의 나홀로 아파트를 사모펀드가 통째로 사들인 사례가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부추길 뿐 아니라 다주택 세금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사모펀드의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 메자닌, 부실자산 매입 등으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바람직한 투자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20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1동짜리 아파트를 펀드로 매입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매입 건물은 강남구 학동로 408에 위치한 '삼성월드타워'로 총 46가구 규모이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철 7호선·분당선인 강남구청역과 가까운 곳에 들어서 있다. 11층으로 58.8m², 84.7m² 등의 집이 46가구 있다. 97년 입주가 시작돼 완공한지 20년이 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삼성월드타워'의 모든 주택이 실거래가 신고를 마쳤고, 이지스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총 41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던 개인은 본건 아파트를 직접 개발하고 소유하고 있던 것이다. 임차인들은 1997년도에 입주해 임대주택으로 운영돼 왔다. 이번 사례는 노후화된 나홀로 아파트를 리모델링을 통해 양질의 주거시설로 탈바꿈 시킨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이지스운용 측의 설명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로 부동산 전문성과 자산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피스, 리테일 등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에서 가치를 향상시켜 왔다. 최근에는 노후화된 오피스, 호텔, 주거시설 등을 리모델링해 신축 상품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이에 20년 이상 낙후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함으로써 신규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자산운용 업계는 그간 사모펀드가 빌딩, 오피스, 물류센터 등에 투자해 임대수익 등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런 아파트의 직접 매입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 등에 비해 아파트가 운용 수익률이 안 나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가 거의 없었다"면서 "그러나 임대수익에 매각 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강남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스운용의 사모펀드는 삼성월드타워를 사들이면서 강남에 46개 아파트를 소유하는 '다주택자'가 됐다.
그간 사모펀드의 부실 운용으로 인해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일 터져 왔다는 점과 코로나19 이후 오피스 등 상업용 빌딩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사모펀드의 아파트 투자가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인이 투자용으로 다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모펀드라는 방식을 통해 투자 후 자산가치가 올라간 뒤 차익을 나누는 방식일 경우 주택 규제를 피하려는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모펀드 투자자로서는 법인을 세우거나 자산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펀드 뒤에 숨어서 매각 차익 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