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지난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5월 말보다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가 연체율 지표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 대출 급증과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33%로 전월 말(0.42%) 대비 0.09%p 줄었다.
지난 4월부터 상승으로 돌아섰던 은행 연체율은 6월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2조8000억원으로 신규연체 발생액 1조1000억원을 상회하면서 다시 하락으로 전환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3월, 6월, 9월, 12월 등 매 분기 말은 연체채권을 대거 정리하는 시기라서 6월 말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더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6월 은행들의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전월 대비 2조원 증가했다.
차주별로 살펴보면 6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월 말 대비 0.13%p 하락했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0.25%로 0.05%p 줄었다.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4%p 하락한 0.21%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15%p 줄은 0.44%를 기록했다. 이 중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각각 0.20%p, 0.08%p 하락한 0.56%, 0.29%를 보였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17%로 0.03%p 떨어졌고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42%로 0.12%p 하락했다.
이같은 추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은행 건전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기존의 예상과는 다른 흐름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 연체율 급등 등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연체율 산식의 분모에 해당하는 대출 자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연체율이 늘지 않은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6월 말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984조9814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929조120억원)보다 55조9694억원 급증했다. 전월 말과 비교해서도 7조3588억원 증가한 규모다.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은행 연체율 상승을 저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다음달 30일까지 만기 도래 대출을 최소 6개월 이상 연장하고 이자상환을 유예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만기 시점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라도 9월 말까지는 연체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중 자체가 크진 않지만 원래대로 하면 연체로 잡혔을 여신이 (해당 조치로) 정상여신으로 잡히고 있으니까 사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한계차주라고 해도 지금은 연체율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리스크관리를 위해 대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올해 하반기부터는 연체율 급등 등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견했다. 최근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한계차주를 걸러내는 등 리스크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상반기까지 연체채권으로 잡히지 않았던 대출에 대해 하반기부터는 까다롭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래 여신 지원이 안되는 사람인데도 코로나19 특수성을 반영해 지원을 해줬던 것도 있고 은행들도 언제까지 상환 유예를 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들도 여신 회수 등 출구 전략을 모색할 시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이런 작업을 하게 되면 당연히 연체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