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M2 증가율 9.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와 정부의 기업자금 지원정책 등으로 시중 유동성 증가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낮은 이자로 대출이 가능한 만큼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일단 빌리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성 금융상품인 수시입출식예금과 요구불예금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0년 9월)'에서 시중 유동성 상황을 판단하는 데 주로 활용되는 통화지표인 M2(광의 통화) 증가율(평잔·전년동월대비)이 2019년 말 7.9%에서 올해 6월 9.9%로 큰 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10%에 근접한 M2 증가율은 가계신용 증가로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던 2015년 9월의 9.4%를 상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10월, 10.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M2는 비교적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한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최근 M2의 빠른 상승세는 기업부문으로의 유동성 공급이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6월 M2 증가율(9.2%) 기여도를 보면 기업신용의 기여도가 5.7%p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가계신용 기여도는 1.5%p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중 예금취급기관(은행+비은행)의 기업신용은 125조2000억원 증가해 통계가 작성된 2001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은 119조5000억원, 회사채 등 직접금융을 통한 신용공급은 5조7000억원 늘었다.
용도별로 보면 운전자금대출이 2019년 중(분기 평균) 13조7000억원 증가했으나 올해 상반기 중에는 44조9000억원 늘어 증가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업종별로 보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으며 부동산업 대출 증가 규모는 예년 수준을 소폭 상회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피해기업이 늘어났다는 판단 아래 지원한 대출금이 현금성 자산으로 대기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보유한 통화의 상당 부분을 단기성 금융상품으로 운용했다. 상반기 중 M2 증가액을 금융상품별로 나눠보면 수시입출식예금(72조6000억원), 요구불예금(49조1000억원) 등으로 구성된 M1이 133조원 증가해 전체 M2 증가액(164조9000억원)의 80.7%를 차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돈이 실물투자로 흐르지 못하고 대기성 자금으로 모여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는데 현금화하기 쉬운 단기성 금융자산으로만 돈이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대출은 기업 쪽으로 많이 나간 것이 맞다"면서 "신규 공급된 대출을 자금 부동화와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확대는 기업의 자금사정을 개선하고 원활한 영업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시장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단기화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