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의존도 높아 고심···'아담대'로 출구전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대출 신상품을 출시하며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났던 케이뱅크가 신용대출 급증 주범으로 몰리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고객유치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영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8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조7800억원으로 전월 말(1조4300억원) 대비 24.5%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대출업무 중단 1년여 만인 지난 7월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는데, 이 점을 고려하면 신용대출 실적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상품 출시 전인 6월 말 잔액(1조2600억원)과 비교하면 41.3% 늘어난 규모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성장세는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4조7000억원으로 6월 말(14조1000억원)과 7월 말(14조3000억원) 대비 각각 4.3%, 2.8%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비교해서도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5~7배 가량 높았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4107억원으로, 이는 6월 말과 7월 말 대비 각각 5%, 3.4% 증가한 규모다. 절대 액수만 따지면 시중은행에서 나간 신용대출이 훨씬 많지만 대출 성장면에서는 케이뱅크가 압도적이란 평가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자 금융당국도 신용대출 증가 원인으로 '인터넷은행의 영업확대 노력'을 꼽으며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 실태를 점검해보겠단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생계자금, 사업자금 수요 증가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인터넷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확대 노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최근의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이같은 지적이 달가울리 없다. 그동안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연달아 실패하며 은행의 핵심 업무인 '대출'을 취급하지 못했다. 은행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을 통해 수익을 낸다. 하지만 대출이 중단되면서 케이뱅크는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적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더 나중에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이미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것은 케이뱅크로서 더 뼈아픈 상황이다.
결국 수익을 확대하려면 대출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이같은 영업 전략도 힘을 잃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대출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케이뱅크는 이달부터 취급하고 있는 아파트담보대출 등을 통해 신용대출에 쏠려 있는 여신 포트폴리오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용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 아파트담보대출쪽에 오히려 홍보를 집중하고 있다"며 "아파트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양축으로 해서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