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시 중소형사에 부담 가중"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해외 주식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들이 급증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타사 해외 주식을 옮기면 최대 1000만원까지 지급하면서 고객의 구미를 당기고자 한다. 하지만 경쟁이 점차 과열 양상을 띠면서 중장기적으로 증권사들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1221억 달러(약 142조원)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해 연간 전체 금액(약 409억8500만 달러)보다 3배가량 웃돈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와 애플, 아마존 등 미국 우량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급속도로 불어오자, 증권사들은 이들 고객을 주 타깃으로 삼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른 증권사 계좌에 있는 주식을 옮겨와 거래하면 현금을 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증권사 저마다 입고 주식 규모에 따라 현금을 차등 지급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해외주식 옮겨봐~' 이벤트를 시작했다. 기존고객·신규고객이 타사 해외주식을 입고 후 거래하면 현금으로 혜택을 준다. 1주 이상만 입고해도 1만원, 1000만원 이상은 3만원, 최대 30억원 이상이면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해외 주식을 옮겨온 고객에게 최대 200만원을 캐시백 형태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삼성증권의 파격 이벤트는 단연 눈길을 끈다. 삼성증권은 타사에서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1000만원 이상 입고하고 거래하면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 11월30일까지 잔고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부터 100억원까지 입고액에 따라 1만원~1000만원이 주어진다.
현금 지급 이벤트 외에도 해외 주식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0.01주 단위로 해외 우량주를 매수할 수 있는 '소수점 구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NH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자사 앱으로 해외주식을 처음 거래한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도 글로벌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현저히 증가했다"면서 "이 같은 열풍을 이끄는 서학개미를 더 확보하기 위해 눈에 띄는 마케팅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가 높다는 점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는 0.2~0.3% 수준으로 국내 수수료에 비해 10배 가량 높다. 상반기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수익은 2224억원으로 전년 동기(756억원) 대비 3배 급증했다. 1분기 978억원에서 2분기 1246억원으로 갈수록 증가세다.
증권사 간 '서학개미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과도한 리워드' 경쟁이 심화하다 보면 증권사 간 '제 살 깎아먹기' 양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 확보 마케팅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경쟁이지만, 치열해질수록 증권사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고객층이 부족한 중소형사의 경우, 쟁탈전을 할수록 더욱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