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의 기억' 두산그룹, '친환경 카드'로 대반전 노린다
'페놀의 기억' 두산그룹, '친환경 카드'로 대반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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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 매각 가닥, '3조원 자구안' 마무리
채권단에 자구안 제출 8개월 만에 4.8조 마련
해상풍력·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집중
두산인프라코어의 50톤급 굴착기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의 50톤급 굴착기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끝으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한 두산이 '친환경'을 무기로 국면 대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전날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5.4%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양 사는 연내 본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번 딜이 종료되고 나면 두산그룹의 자구안 마련도 마무리단계로 접어든다. 지난 4월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제출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당시 두산그룹이 자산매각 등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수용하고 총 3조6000억원을 선제지원했다.

두산그룹은 이를 위해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하는 걸 시작으로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모트롤BG(45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를 빠르게 매각했다. 이 외에도 대주주 보유 두산퓨얼셀 지분 23%(약 6000억원)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고,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도 실시해 약 1조2000억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에는 4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중 1조원은 채권단에서 지원받은 자금 상환에 쓰고 나면 3조8000억원의 가용자금이 마련된 셈이다.

두산은 자금을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차세대 먹거리로 해상풍력 사업과 수소사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제주 풍력발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실증사업, 한국남동발전과 해상풍력사업 협력, 창원 공장 내 수소액화플랜트 건설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두산퓨얼셀 지분을 두산중공업이 증여받게 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게 두산에게는 큰 호재다. 산업부·기획재정부·환경부 등 정부부처는 지난 10월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HPS, Hydrogen energy Portolio Standard)'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소 연료전지(수소 발전) 업체인 두산퓨얼셀은 영국 연료전지 기술업체인 '세레스 파워'와 협력해 핵심 부품인 셀스택에 대한 양산기술과 생산설비 개발을 진행한다. 현재 국내에서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곳은 두산퓨얼셀과 포스코에너지, 블룸SK퓨얼셀 등 일부에 그친다.

두산중공업의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두산은 해상풍력발전의 선구자 역할도 톡톡히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등 외산에 비해 발전량은 아직 다소 뒤처지지만 국산화율이 75%에 달하는데다 시장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향후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두산중공업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재계는 친환경을 토대로 두산이 한 번 더 대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두산은 1990년대까지 기술소재사업, 정보유통사업, 생활문화사업 등 경공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짜여 있었으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으로 불매운동 대상이 돼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OB맥주, 코카콜라, 버거킹, 3M 등 소비재 사업에 타격을 입고, 매각·철수하게 된다.

이후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등 인수를 계기로 M&A에 적극 나서 중공업·플랜트 기업으로 대전환에 성공한다.

2010년대 들어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두산건설은 수년에 걸쳐 수조원대 손실을 입게 됐고, 두산중공업은 건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가 현재의 위기를 맞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두산그룹이 커다란 위기를 맞았을 때 대전환에 나서 회생에 성공한 바 있다"며 "이번 위기 상황에서도 자구안 이행에 성공하면서 친환경 전문 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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