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100% 맞추려는 고육지책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들이 '대출 조이기'가 한계에 봉착하자 '예금 조이기'(?)에 나섰다.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에 발이 묶인 저축은행들이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나가는 돈(대출 등 여신) 대신 들어오는 돈(예금 등 수신)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울며겨자먹기식 고육지책인 셈이다.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1.73%로, 이달 초에 비해 0.08%포인트(p) 내렸다. 2%대 돌파를 목전에 뒀던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지난해 말 연 1.9%에서 올 들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주요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속속 낮춘 영향이다.
특히 SBI저축은행과 상상인, OK, 고려, JT, 웰컴 등 저축은행 40여 곳이 이달 들어 예금 금리를 조정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22일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1.60%에서 연 1.50%로 0.10%p 내렸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같은 날 파킹통장 '웰컴 비대면 보통예금'의 최대금리 적용한도를 낮췄다. 기존에는 예치금 잔액 5000만원까지 최대금리 연 1.5%를 보장했으나 앞으로 3000만원을 초과하는 예치금은 연 0.5%로 금리가 떨어진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저축은행 수신고가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높은 금리로 고객을 모집하려 했으나, 예금이 충분한 수준을 넘어서면서 다시금 조절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80조97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70조원을 돌파한 후 7개월 만에 10조원이 더 불어났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도 금리 인하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대율 100%를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수신 규모를 줄이는 작업을 통해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규모도 줄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 11일 저축은행중앙회 주최로 열린 서민금융포럼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에 공급을 늘리라고 했는데, 가계에 압도적으로 많이 대출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기업과 소상공인에 공급돼야 할 자금이 가계로 늘어난 것은 건전성 규제를 한 단계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달 내놓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고, 당국이 규제를 시사했기 때문에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며 "예상보다 수신고가 빠르게 불어난 만큼 당분간 해당 저축은행들은 수신 규모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