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섣부른 규제완화 시그널, 집값 과열 불러"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선거 전날 외지인이 와서 거래를 하고 갔어요. 아무래도 여론조사에서 선거결과가 어느정도 확실시 되다 보니, 시장이 바뀔 판도를 알아봤던 거죠."(목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A씨)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내세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 정비사업장이 기대감에 차있다. 호가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정비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4.7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0%(279만8788표)를 표를 얻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반겼다. 또다른 목동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아무래도 이쪽에서는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되길 바랐고,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공급 실패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주택 공급에 관해서 민간 중심 정비사업 활성화로 18만5000호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시장에 취임하면 일주일 안으로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주요 정비사업 단지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목동의 신시가지 14개 단지 모두 1차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D등급을 받으며 통과해,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했다. 2차 안전진단을 신청한 목동9·11단지가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상태였다. 심지어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으로 안전진단 현장 조사가 강화된 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도봉구 삼환도봉이 유일하다. 오세훈 시장 시대가 열린 만큼 상당수의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진단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9‧11단지는 조만간 2차 안전진단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양천구보다 더 많은 노후단지가 있는 곳은 노원구다. 노원구는 준공 30년이 경과해 안전진단을 받을 아파트가 5만9000여호에 달한다.
최근까지 노원 상계주공 아파트 단지 16개 중 2·3·4·7·9·10·11·12·13·14·16단지 등 총 11개 단지가 1차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 중 11단지는 1차 안전진단에 통과했고, 1‧6단지는 정밀 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계동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단 매물이 많이 없어서 최근 약간 침체된 상황이었나, 새로운 시장이 되면서 조금씩 바람까지 불어드니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비사업장에 순풍이 불어오는 듯 하나,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속도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용적률 완화 등 조례를 고쳐야 하는데, 서울시의회는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남기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주택공급은 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선되자마자 오 당선인을 향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오세훈 당선인의 최종 공급 목표인 36만호라는 게 분당신도시 3개 규모의 물량인데, 한번 더 서울시장에 취임한다고 해도 사업을 모두 완료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섣부른 규제완화 시그널이 재건축과 한강변 단지들에 기대감을 높여 일시적인 과열양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