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유행?‧‧‧"현금 많은 곳은 신경도 안 써"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건설업계는 최근 너도나도 '친환경'을 외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투자유치를 위해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중 환경(E)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데, ESG경영평가에 대한 모호한 기준들로 인해 친환경 열풍은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석탄 관련 시공·투자를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현대건설은 일찌감치 건설현장에서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 수립과 함께, 모기업인 현대차그룹과 '수소'경제를 꿈꾸고 있다. DL이앤씨와 GS건설은 수처리업체를 인수하는 등 ESG경영의 초석을 닦고 있다.
건설사가 친환경을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ESG평가에 따른 '투자'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화석연료 매출 25%가 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고, 국민연금도 2022년까지 전체 운용 자산의 50%를 ESG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건설사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민감한 시장해 불황엔 미분양, 호황엔 아파트 완판으로 변동이 큰 편이다. 경기 변동을 여러번 겪은 건설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성을 유지하길 원해, 몇몇 건설사가 최근 신사업으로 친환경인 태양광사업, 폐기물처리업 등을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등급 자료를 보면, 환경부문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A+등급, 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은 A등급을 받았다. 10대건설사 중 상장사인 HDC현대산업개발만 C등급이었다. 비상장사인 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SK건설은 현재 환경과 관련 등급을 알 수 없다.
꽤나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건설업계는 난감한 눈치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ESG평가가 여기서는 좋은 등급을 받았지만, 저기서는 나쁜 등급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일단 할 수 있는 한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투자 주체나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ESG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의 ESG평가도 어떤 기준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ESG등급과 관련해 한국에서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있고 해외에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다우존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이 있다.
이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평가기준은 명확하게 공개할 수 없지만, 5대 상장사는 이미 ESG경영을 위해 준비하면서 요구했던 자료 중 공개된 자료가 많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호한 ESG 경영평가 기준은 건설업계의 친환경사업 지속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에는 ESG에 대한 불만이 이미 터져나고 있다"며 "투자를 위해 진행되는 ESG경영은 오래가지 않은 것이고, 사실상 현금이 많은 일부 중견건설사들은 ESG에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고 말했다.
이어 "ESG경영 전부터 사회적 책임투자인 SRI가 유행했는데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정착을 못하고 사실상 언급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