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와 제휴 및 기술협력···블록체인 기업 지분투자도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화폐(CBDC)' 시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CBDC 발행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자 이에 맞춘 시스템·플랫폼 구축에 돌입한 것이다. 향후 CBDC 발행 시 중개기관으로 선정될 경우를 대비해 은행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기술 검증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한국은행이 CBDC를 발행할 경우 시중은행을 통해 유통되는 가상 프로세스에 대해 검증하고, 미리 구현해보는 작업이다.
하나은행은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검증해, 은행이 정상적인 유통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시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술 검증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건 설정도 가능케 했다. CBDC의 일반적인 화폐 기능 테스트뿐만 아니라 특정 업종·지역에서만 결제되거나 일정 기간만 사용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CBDC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추가 기술검증을 수행하겠다"며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CBDC 도입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디지털화폐 플랫폼의 시범 구축을 완료했다. LG CNS와 손잡고 구축한 플랫폼은 한은이 CBDC를 발행해 중개기관에 유통하면, 중개기관인 신한은행은 발행된 CBDC를 개인에게 지급→개인 및 가맹점은 발행된 CBDC를 활용해 조회·결제·송금·환전·충전을 하는 구조로 구성됐다.
거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형(거래별 데이터 관리) 방식이 적용됐다.
KB국민은행 역시 LG CNS와 기술을 협력, 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CBDC 등 디지털 가상자산에 대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과 블록체인 관련 기업 지분투자 등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CBDC 시스템·플랫폼 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디지털 화폐 시대에서 은행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CBDC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뜻한다. CBDC를 발행할 때 한은이 직접 이용자에게 발행하는 '직접형'과 금융기관 등 중개기관을 거치는 '혼합형' 등 방법이 거론되는데, 후자의 경우를 가정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CBDC 발행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시중은행들은 반대로 향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디지털 화폐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시스템이나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CBDC 연구를 3단계로 나눠 추진해온 한은은 1단계 사업인 'CBDC 기반 업무(설계·요건 정의, 구현 기술 검토)'와 2단계 사업인 'CBDC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마친 상태다.
3단계인 파일럿 시스템 구축은 연내 마칠 계획이다. 관련 법률과 제도의 정비 방안도 선제적으로 검토, 지급결제시스템의 발전을 이끈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