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영끌' 열풍에···가계, 1분기 주식투자비중 사상 최대
'빚투' '영끌' 열풍에···가계, 1분기 주식투자비중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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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국내 주식 36.5조·해외 주식 12.5조 '역대 최대'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 첫 20% 돌파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순자금 운용 규모(자금운용-자금조달)는 83조5000억원으로 전년(64조2000억원)보다 19조3000억원 확대됐다. (사진= 서울파인낸스DB)
(사진=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리나라 가계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빚투'(빚을 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국내외 주식을 사들이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분기 가계의 국내 주식·해외 주식 투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기업 역시 주식·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2021년 1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44조원으로 1년 전(65조9000억원)과 비교해 21조9000억원이 줄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예금·채권·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조달)을 뺀 금액을 말하며, 이를 경제주체의 여유 자금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여윳돈이 마이너스일 경우 순자금조달로 표현하게 된다.

자금 운용·조달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1분기 96조1000억원을 운용했고, 52조1000억원을 조달했다. 1년 전에는 코로나19로 대출 등 자금 조달 규모가 15조2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자금 운용 규모는 81조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소비하지 않고 예금을 쌓아 65조9000억원의 '여윳돈'이 있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위축된 경제활동이 되살아나면서 소비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가계가 대출을 받아 주식, 주택 등 자산 투자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기 1년 이상 대출인 장기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은 올해 1분기에 38조원이 늘면서 1년 전(10조50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으며, 증권사 신용융자 등 단기 기타 금융중개기관 대출금은 8조4000억원 늘었다.

동시에 1분기 가계는 국내 주식투자로 36조5000억원이 늘었으며, 해외 주식로는 12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모두 한은이 지난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3월말 가계금융 자산(4646조2000억원) 중에서는 주식 비중이 20.3%(943조2000억원)을 차지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펀드까지 포함시킨다면 22.7%로 올라간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락에 따른 경제활동 확대 등으로 민간소비 부진이 완화되고, 주택투자도 확대된 영향도 컸다. 가계최종소비지출은 올해 1분기 219조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1분기 213조40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전국 주택매매거래 개인순취득도 올해 1분기 7000호를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1만1000호 감소)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건설사로부터 분양을 받는 등 다른 경제주체와의 주택거래를 의미하는 지표를 말한다.

이에 반해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은 1분기 28조9000억원이 늘어나 지난해 1분기(41조3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저축성예금에선 10조7000억원이 넘게 빠지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째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흐름은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기업은 채권 발행 및 대출 등을 통해 57조7000억원을 조달했으며, 35조2000억원 가량을 예금, 주식 등에 넣으면서 순조달 운용 규모 2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 통상 대출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조달 규모가 더욱 크게 나타나는데, 1년 전(28조6000억원)보다 순조달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이는 그만큼 여윳돈이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올해 1분기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6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17조원)보다 증가했고, 대출 등 자금조달은 3조1000억원 줄었다. 이어 기업은 예금을 1조2000억원 빼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전신탁·투자펀드에 각각 약 28조1000억원, 12조2000억원을 집어넣었다. 국내·해외 주식에도 5000억원과 6000억원을 투자했다.

정부의 여유자금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순자금조달은 4조3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22조4000억원)보다 18조1000억원이 축소됐다. 이는 거둬들인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이 많아지면서 곳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1분기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69조5000억원)보다 19조원이 증가했다.

방중권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금융기관 차입 등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됐는데, 어디로 흘러갔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대출 규모는 큰 폭으로 확대된 가운데 주식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또 예금기관 대출 증가폭에는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돼 있어, 자금조달 중 일부는 주택구입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예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분기 말 총금융자산은 2경147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금순환통계에 나타나는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합계를 말하는 것으로, 국내 부문은 물론 국외(비거주자) 부문도 포함한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비중은 22.9%로, 지난해 3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현금 및 예금 비중(20%)을 앞질렀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1배로 전분기말(2.21배)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국내 경제부문별 자금운용·조달 차액. (사진= 한국은행)
국내 경제부문별 자금운용·조달 차액. (사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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