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천경은 기자] 종합식품기업 동원에프앤비(F&B)는 지난 6월16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했다. 이날 동원F&B는 김재옥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세 명과 김용진 사외이사까지 네 명으로 꾸려진 ESG 위원회에서 올해 3대 핵심목표를 △친환경 제품 매출 1000억원 달성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15% 절감 △산업안전 보건경영 확립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동원F&B의 ESG 경영 선포는 식품업계에서 처음이 아니다. 동원F&B에 앞서 많은 식품기업이 ESG 경영을 내세웠다. ESG 경영을 실천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먼저 ESG 경영을 선포한 건 아니지만 동원F&B는 누구보다 앞서 '필(必)환경 경영'을 실천해왔다. 동원F&B 설명을 종합하면, 필환경은 2019년 새로 등장한 소비 흐름이다. 윤리적 소비가 중시되는 추세에 맞춰 친환경이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됐다는 게 필환경이란 말에 담겨 있다.
8일 동원F&B는 "'양반 들기름김 에코패키지'로 연간 약 27톤(t) 플라스틱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양반 들기름김 에코패키지는 포장된 조미김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쓰이는 플라스틱 용기(트레이)를 빼면서 포장용 비닐과 종이까지 줄인 제품이다.
양반김 에코패키지 출시는 '레이저 컷팅 필름'을 통해 포장지를 뜯는 과정에서 조미김이 함께 찢어지는 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가능했다. 포장지에 작은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점선을 만들어 쉽게 찢어지게 하는 레이저 컷팅 필름은 동원그룹의 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가 2년여 연구를 거쳐 개발했다.
양반김 에코패키지 출시에 앞서 지난해 7월 동원F&B는 전사적 '에코챌린지'(Eco Challenge)를 통해 본격적으로 필환경 경영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에코팰린지는 동원F&B 임직원들이 이면지 활용, 텀블러 사용, 분리수거 생활화, 잔반 줄이기, 화분 가꾸기 등을 실천하고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공유한 뒤, 다음 참가자를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3월 동원F&B는 신선식품 배송업체 대상 기업 간 거래(B2B) 전용 생수 보냉재인 '동원샘물 프레쉬'도 선보였다. 신선식품을 포장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 얼음주머니(아이스팩)엔 플라스틱 성분 '아이스젤'이 들어있어 재활용이 안 되지만, 동원샘물 프레쉬는 얼린 뒤 아이스팩 대신 쓰면서 내용물도 마실 수 있다.
김재옥 동원F&B 사장은 직접 ESG 위원회에 참여해 필환경 경영을 펼치고 있다. 김 사장은 올 3월24일 서울 서초구 동원산업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시장 변화 대응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6년째 동원F&B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회사를 키워온 데에 머물지 않고 앞날을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963년 태어난 김 사장은 전남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한 1989년 동원산업에 입사한 뒤 30년 넘게 동원그룹에서만 일해온 '동원맨'이다. 2015년까지 동원데어리푸드 대표이사, 동원F&B 기획실장·마케팅실장·식품본부장·총괄부사장 등을 거쳐 2016년 1월 동원F&B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동원그룹은 "다양한 분야에 능통한 '유(U)자형 시이오(CEO)'로 평가 받고 있다"면서, "탁월한 조직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첫 내부 동원F&B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