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행위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자진시정안(동의의결) 제도를 신청해 받아들여진 기업이 전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기업이 소비자·거래상대방 피해구제를 위해 자진해 내놓은 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 위반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중소기업에서도 동의의결 제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동의의결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진행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1년 12월 공정거래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총 17건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았다.
공정위는 심사를 통해 해당 기업의 행위가 검찰 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지, 자진시정안 내용이 과징금 등 예상 제재와 균형을 이루는지 등을 살펴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17건 중 신청이 인용된 건은 9건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남양유업 등 대기업과 네이버, 다음 등 빅테크가 포함됐다. SAP Korea, MS, 애플 등 글로벌기업도 인용이 받아들여졌다.
이 중 애플의 경우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와 제품 무상 수리 비용을 떠넘겼다는 혐의로 지난 2016년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이후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올해 2월 거래상지위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김 의원은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 스스로 법률위반 혐의에 있는 행위에 관해 소비자 피해구제, 거래질서의 개선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해 그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라며 "형사처벌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기여를 유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다만 과징금보다 많은 경제적 기여를 유도한다"며 "이에 돈 많은 대기업들이 비용으로 범죄를 감추는 데 사용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장기적으로 동의의결제도를 중소기업도 적극 채택할 수 있도록 기업 규모에 따라 항목별 배점을 다르게 하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회적 기여 및 피해자구제에 대해 과징금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신속하게 피해자 구제도 이뤄지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동의의결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중소기업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