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비중 커···"부실 감안해 관리 강화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기업금융 비중을 늘리며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우려로 저축은행 역시 금융 당국의 규제 사정권에 든 가운데,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48조962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수치다.
이 중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한국투자·페퍼)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5% 늘어난 14조5073억원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1년간 1조310억원(51.3%)이나 늘었다.
이어 웰컴저축은행 6902억원(72.7%), 페퍼저축은행 4669억원(34.3%), OK저축은행 2561억원(7.7%), SBI저축은행 2493억원(6.0%) 순으로 규모가 늘었다.
저축은행들의 기업대출 잔액이 많이 늘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악화로 기업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저마다 기업금융 비중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국의 주문에 따라 가계대출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자수익을 방어하고자 기업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지난달 24일 KB저축은행에 이어 29일에는 SBI 등 저축은행 3곳을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당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 등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의식한 조치다.
개별 저축은행을 당국이 직접 불러 구두 경고를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는데, 그만큼 쏠림 현상이 거세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국의 우려대로 올 상반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7곳은 이미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연 21.1%)를 넘어선 상황이다. 더는 가계대출 취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진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당국이 저축은행 업계에도 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당국의 주문뿐 아니라 가계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장기적으로 봤을 때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 중심의 영업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당국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기업대출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에 빌려준 돈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 업계가 취급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6조6094억원 규모로, 전체 기업대출의 95%를 차지한다.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에게 빌려준 돈은 14조2502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업계는 저축은행의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에 대출이 집중되는 만큼 경기 악화로 인한 부실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금리가 상승하거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한계에 직면한 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데, 내년 3월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잠재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우려가 있는 만큼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확대하면서 대응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건전성 관리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특히 저축은행권은 은행권에 비해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차주의 평균 신용도가 낮아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신용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은 잠재 취약·고위험차주 중심으로 관련 리스크를 식별하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