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군대문화는 선한 공동체를 만드는가
[김무종의 세상보기] 군대문화는 선한 공동체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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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군에 보낸 경험이 없었으면 군에서 걸려온 네이버 밴드 초대 전화에 적지않게 당황했으리라. 분명 보이스 피싱으로 오인해 무시했을 것이다. 둘째 아이는 최근 군에 보내기에 앞서 걸려온 핸드폰 전화에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지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밴드에 가입했다.

친절하게 군 훈련소 입소에 대한 안내 글이 밴드에 올라온다. 첫 아이 때는 웃음도 나왔다. '이것 과잉친절 아닌가', '너무 군 같지 않고 말랑말랑한거 아냐' 등의 첫 느낌이 생각난다. 그러나 부모들의 댓글을 보면 군이 부모들과 소통을 잘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내 자식 군에 보내고 걱정이 안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부모들이 올린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란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특히 밴드에 초대돼 가입한 부모가 모에 해당하는 경우 내 자식에 대해 잘 부탁한다는 염려성 글이 많았다. 씩씩한 군인으로 잘 육성해 달라는 글도 보인다. 과거와 달리 네이버 밴드는 초기에만 군과 부모가 소통하고 이후 보안 등의 이유로 더캠프란 앱을 사용한다. 더캠프에서 자식이 군에서 활동하는 사진 등을 볼 수 있고 편지도 보낼 수 있다.

요즈음 디피라는 넷플릭스 연재물을 보면 과거 암울했던 군 문화가 회상돼 차마 못보겠단 반응도 일부 있다. 그건 그때이고 지금은 군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첫 아이에게 들은 얘기는 내무반도 -지금은 생활관이라 하는 것 같다- 선임과 자는 게 아니라 비슷한 계급의 동료끼리 잔다 한다. 혹시 모를 선임의 가혹행위와 갑질 등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이 부대에서는 자살이 있었고 그 부대는 나중에 해체됐다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대가 아무리 병영 문화가 나아졌다 해도 부분적으로 폐습이 잔존하고 있다. 이젠 아니라는 외부의 공감대가 형성된 군대 악습 문화가 일소돼야 하는데 군 내부에서는 정작 과거 조직문화 관행에 잡혀 빠져나오는 데 한계를 보인다. 

우린 최근에도 성추행에 따른 여 중사 자살 등 군 내 잘못을 은폐하려는 문화를 목도하고 있다. 은폐는 자기 잘못을 인정 못할 때, 피해자보다 자기와 지휘계통의 이익을 우선시하려 할 때 발생한다. 이와 같이 잘못을 숨기려는 것은 학교폭력 등 학교 등지에서도 보인다. 윗선에 보고되고 공유될 경우 또 언론 등에 공개될 경우 관계자의 내부 승진이 좌절되는 것 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자는 더 힘들어진다. 때문에 은폐되는 조직문화가 어떤 조직유형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낳지 않도록 사전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밴드에서는 아이들이 오늘 PCR 검사를 마치고 잘 입영했다고 안내문이 오른다. 아이들 일정을 들은 부모들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다소나마 마음의 위안이 될 것이다.

군대는 강해야 한다. 소통을 통해 부모들 걱정을 덜어주면서도 유사시 적군과 싸우면 이겨야 한다. 가족을 포함한 우리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군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명성과 소통이 부재한 군대 문화와 그 기강은 문제다. 은폐가 아닌 군인 정신에 기반할 때 군은 군 다워진다. 기강이 해이해 진 군인이 나라를 지킬 수는 없다. 군이 원칙과 소신에 기반해 병력을 운영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 다만 그 원칙과 소신이 은폐 속에 잘못을 숨겨 문제가 드러나면 용서할 수 없다.

아이에게 편지를 써 줘야 겠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건강히 복무를 마치고 나오길… "훈련소에서 먹는 첫 밥이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하다. 먹어보고 싶다"며 다소 호기심으로 입소한 철부지 아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정신과 육체가 강해진 군인으로 재탄생하길 바란다.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 마음이 자기 자식 중요하게 여기는 거 당연한 것인데 아이들이 군 경험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개인주의가 꼭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타인을 배격하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으로 찌들어온 우리 아이들이 군대에서 전우애 기반의 공동체 의식을 배워 앞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한다. 군대가 이런 교육에 앞장 서는 장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길 꼭 바란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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