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비닐을 다시 원유로···진정한 도시 유전의 탄생"
[르포] "폐비닐을 다시 원유로···진정한 도시 유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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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 비닐·플라스틱 녹여 열분해유 생산···정유·화학 공정에 투입
2024년 상업 가동 예정···20만톤 폐비닐에서 108만배럴 열분해유 생산
박민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Plastic CR(Chemical Recycle) Task PL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단계별 유분 성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박민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Plastic CR(Chemical Recycle) Task PL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단계별 유분 성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지금까진 폐비닐이나 많이 오염된 플라스틱 등 고형폐기물들은 발전소의 연료로 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염소나 다이옥신 등이 많이 발생합니다. 폐 비닐등을 태우는 대신 열분해유로 만들게 되면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박민규 플라스틱 케미칼 리사이클 태스크(Chemical Recycle Task) PL이 지난 18일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투명하게 찰랑거리는 열분해유를 흔들어보이며 설명했다. 

일반적으로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품으로 모아 배출하면 이를 녹여 원료로 만든 뒤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재사용하는 걸로 생각한다.

현실은 생각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포장재, 플라스틱 용기는 내용물에 따라 여러 층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냉동만두를 담는 비닐 포장은 뾰족한 만두의 끝 부분으로 인해 포장이 찢어지는걸 막기 위해 내부는 PE로 만들고, 외부는 화려한 인쇄를 하기 위해 나일론 등을 사용한다. 생수를 담는 페트병도 물이 담기는 부분과 뚜껑, 외부의 라벨 소재가 모두 다르다.

재활용 하기 위해서는 수집된 폐비닐·플라스틱 등을 잘게 부숴 녹여야 하는 데 제대로 분류가 안 돼 있으면 여러 물질들이 한데 섞여 버리게 된다. 그렇다보니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22.7%에 불과하다. 그냥 태워지는 비닐·플라스틱이 대부분이다. 

SK지오센트릭과 환경과학기술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과 비닐을 고열로 녹여 원유같은 물질(열분해유)로 만든 뒤 염소, 황 등 불순물을 제거(수처리)하고 공정에 투입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의 후처리 기술은 각종 불순물이 포함돼 흙빛으로 끈적거렸던 열분해유를 먼저 찰랑거리게 만들었고, 다음은 하얗게, 마지막으로 정제를 통해 물처럼 투명한 제품으로 거듭나게 했다. 질소, 염소, 황 등 유해물질도 1ppm 미만으로 낮아진다.

SK지오센트릭은 불순물만 제거한 열분해유를 지난달 30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SK 울산콤플렉스(CLX)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원유와 섞어 투입했다. 플라스틱 순환의 첫 고리를 꿰어낸 것이다.

다만 후처리 비용 문제로 아직은 생활계 폐비닐 위주의 열분해유 생산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박 PL은 "폐 비닐은 색깔이 있어서 그동안 재활용이 불가능했는데 열분해유 기술을 통해 원유 상태로 되돌리기 때문에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폐 플라스틱도 일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불순물이 많이 발생해 후처리 비용이 높아질 수 있어 생활계 폐비닐 위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내년 3~4월 가동을 목표로 환경과학기술원 내에 100톤 규모의 데모 플랜트 설비를 짓는 중이다.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2024년 하반기부터는 미국 열분해 전문업체인 마크브라이트와 협력해 울산에 건설한 대규모 열분해유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20만톤의 폐 비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약 108만배럴의 열분해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열분해유는 납사 등 플라스틱 원료 뿐만 아니라 육상 교통수단을 제외한 보일러, 선박 등의 연료로 쓸 수 있어 진정한 도시유전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 비닐 10톤당 열분해유 6000리터 생산···100% 재활용 가능한 원료로

이어 방문한 열분해유 생산 공장에서는 어른 키의 세 배는 됨직한 커다란 원통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 아래서는 불꽃이 타고 있었다.

450℃에서 가동되는 반응로는 하루 20톤의 폐비닐을 녹여낸다. 4~5시간이 지나면 가스로 변해 관을 타고 촉매탑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염소와 황 등 유해성분이 모두 제거되고, 왁스 성분도 분자구조가 모두 끊어져 석유 급의 물질로 변해 총 12~14시간 후엔 열분해유로 생산된다.

뉴에코원은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유 기술이 적용된 생산 공정을 이날 공개했다. 이 기술은 흙이 묻거나 종이 등 불순물이 섞인 폐비닐도 모두 다 열분해유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뉴에코원에서 열분해유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뉴에코원에서 열분해유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이사는 "폐비닐과 플라스틱은 일정 수준 이상 오염되면 소각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모두 다 받을 수 있다"며 "순수 플라스틱으로 분류해 내 전체 무게의 57~58% 수준의 열분해유를 뽑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닐 10톤을 넣으면 약 6000리터의 기름이 생산되는 것이다.

또 처음 가동하는 4시간 정도만 LPG 가스를 사용하고 이후부터는 자체 발생하는 가스를 태워 가열하기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대한 문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플라스틱을 끓이면 끈적거리는 왁스 성분이 발생하는데 에코크레이션과 SK지오센트릭이 함께 개발한 촉매가 이를 개질해 완전히 제거하기 때문에, 동맥경화처럼 갑자기 관이 터져버리는 위험 상황에서 안전하다.

유사 설비 업체에 비해 수율에서도 20% 가량 차이가 난다. 열분해하게 되면 염소(Cl)의 농도가 2500~3000ppm 정도 포함되는데 법적으로 300ppm 미만이어야 유통할 수 있다. 에코크레이션은 Cl의 농도를 100ppm 미만으로 줄였다.

SK지오센트릭과 에코크리에이션은 열분해유를 100% 재활용 가능한 원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열분해유에서는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납사 성분이 10~12% 추출되는데 최근 이를 25%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양 사는 내년 여름까진 45%, 최종 50% 이상 추출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납사를 빼낸 나머지 기름도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해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시험 가동중인 뉴에코원도 오는 11월 상업생산을 시작해 전량 SK의 정유·석유화학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에코크레이션과 지난 3월 폐플라스틱 열분해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8월 지분 25%를 확보했다.

김지연 에코크레이션 이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상용화 뿐만 아니라 고순도의 열분해유를 생산해 SK지오센트릭 공정에 투입함으로써 친환경 및 ESG 경영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향후 SK지오센트릭과 함께 열분해유를 환경 분야 혁신 제품으로 지정 등록 할 수 있도록 협력함으로써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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