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폰조와 전두환
[김무종의 세상보기] 폰조와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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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포네(1899~1947).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 인물은 미국의 시카고를 주름잡던 전설적인 갱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애칭은 폰조, 그 외에도 라이벌 갱단의 습격을 받아 얼굴 한쪽 볼이 떨어져 나가는 흉터가 생기기도 해 (클럽에서 여자를 희롱하다 그 오빠에게 칼을 맞아 얼굴에 두 줄의 흉터가 생겼다는 얘기도 있다) 스카페이스로도 불린다.

폰조 제목의 영화도 나왔다. 연기력 좋은 톰 하디가 특이한 말투의 목소리로 말년의 알 카포네를 그려냈다. 영화에 따르면 매독 후유증으로 고생한 그는 환영으로 말년을 고통스럽게 보낸다.

최근 사망한 전두환씨가 오버랩됐다. 그의 죽음을 놓고 부고 기사의 '별세'라는 용어도 비난을 받을 만큼 세평은 날섰다. 일반인 부고기사에서도 별세라 칭하는 지금, 사전적 의미로 별세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붙이는 용어라며 전두환의 사망에 별세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와 그는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자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공(功)은 차치하더라도 과(過)가 너무나 크다. 대표적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은 그가 죽기 전에 용서와 사과 한마디 남기지 않고 떠나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선 후보들도 이러한 민심에 촉각을 기울이며 섣부른 조문을 꺼려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역사와 진실의 법정엔 공소시효가 없다. 전직 대통령 이전에 한 자연인의 죽음 앞에 선뜻 추모의 마음을 전할 수 없는 것은 현대사에 그가 드리운 그늘이 그만큼 크고 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26~28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물은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도 전두환씨에 대한 평가에 대해 전두환씨가 ‘잘한 일이 많다’고 평가하는 응답자는 16%에 불과한 반면, ‘잘못한 일이 많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73%에 달했다. 이는 다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박정희 61%, 노태우 21%, 김영삼 41%, 김대중 62%, 노무현 61%)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폰조가 드르륵 갈긴 총과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그의 시대에 발생한 광주학살은 잔인성과 폭력성에 있어 공통점이 연상된다. 폰조는 1929년 그의 조직원들이 경쟁 조직인 아일랜드 갱단을 상대로 기관총을 난사한 성 밸런타인데이 대학살을 비롯해 300명 이상의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폰조는 밀주·매음·도박 등으로 돈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쓸어 담아 1927년 한때 한 해 총수입이 1억 달러에 이르며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악당 갑부가 됐고, 죽을 당시 그의 재산은 무려 13억 달러로 추산됐다. 전두환 비자금 건은 또 어떠한가. 전두환씨는 대통령 재임 당시 7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재산을 은닉한 혐의로 추징금 2205억원이 선고됐다(미납 추징금 956억원).

전두환씨가 세상과 이별하기 전, 갑자기 늙어버린 마지막 모습도 폰조와 연상이 된다. 사망 전까지 다발성 골수종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말년에 행복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은 역사를 위해 필연이었다고 과대망상을 가졌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망자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우리 전통에 비추어 보면 그는 죽음 앞에서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 12·12 쿠데타를 도운 휘하의 일군들만 의리(?)를 지켜냈다.

백담사에 잠시 있던 그가 생각난다. 부처님은 그를 용서했을까. 아직까지도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으로 규정한 일부 무리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역사의 아픔을 모르고 미래가 나아질 수 있겠는가.

사회 곳곳에 1980년대생이 나서고 있는데, 전두환이 집권한 1980년대는 민주화 열망이 허망하게 군사반란으로 퇴보하고 암울한 시기를 겪어야 했다. 공보다 과가 많은 그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까. 전두환 집권기(1980∼1988년)는 연평균 9%의 고도성장기였다고 그를 옹호할 수 있을까.

박종철과 이한열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등 투옥과 고문, 의문사를 포함한 인권유린이 일상이던 시대. 보도지침으로 언론 자유가 땅에 떨어지고 할말에 목숨을 걸던 시대. 그릇된 권력에 집착하던 폰조와 전두환의 차이는 무엇인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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