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JB·DGB금융 등 CEO도 평가차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책임 경영'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던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주가에 상승 동력을 더하고자 꺼내든 자사주 매입 카드가 CEO 본인에게도 수익률 개선 등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CEO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매입한 자사주는 총 22만4248주 규모다.
통상적으로 CEO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경영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나 주가 부양 등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뤄진다.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주가 하락을 방어,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내는데, 일종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주요 금융지주 CEO들은 자사주 매입에 공을 들여왔다.
4대 금융지주 중 자사주를 가장 자주 매입한 이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다. 취임 이후 중요한 시기마다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해온 손 회장은 지난해 1월과 3월, 4월, 8월, 12월에 이어 올해 8월, 9월, 12월 등 총 8차례에 걸쳐 4만주를 사들였다.
평균 취득 단가는 1만148원으로, 지난 17일 종가 기준 우리금융 주가가 1만3350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31.55%다.
그간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우리금융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면, 지난해 이후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손 회장의 주가 수익도 함께 오른 모습이다. 평가차익을 따져보면 지난해 이후 매입한 자사주로만 1억2808만원에 달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작년 2월과 4월 7668주를 장내매수했다. 평균 취득단가는 2만5276원이었지만, 현재는 17일 종가 기준 4만3700원까지 오르면서 72.89%의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와 올해 투자한 자사주에서만 1억4128만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1월 1580주를 평균 매입 단가 3만1650원에 매입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같은 기간 평가차익 932만원, 수익률은 18.64%로 계산됐다. 지난 17일 신한금융은 3만7550원에 장을 마쳤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최근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방 주요 금융지주의 CEO들의 투자 수익률도 눈에 띈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폭락장 당시 총 6만6600주를 평균 매입 단가 약 4613원에 사들인 후, 같은 해 12월과 올해 3월 각각 8400주, 4만주를 추가 매입했다.
올해 확보한 자사주까지의 평균 취득단가는 5141원인데, 17일 종가 기준 BNK금융 주가가 88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은 71.17%로 올라간다. 평가차익은 금융지주 CEO 가운데 가장 높은 4억2079만원 규모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과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각각 2만주, 4만주를 사들였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따졌을 때 이들의 수익률은 김태오 회장이 77.44%, 김기홍 회장이 115.61%로, 평가차익은 각각 8432만원, 1억8188만원을 기록 중이다.
이런 추세에는 금리인상기의 실적 호조 이슈와 함께 고배당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들이 수익개선을 이루며 주가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이전부터 지속해온 자사주 매입이 결과적으로 CEO들의 주가 수익 역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자사주를 샀다기보다는 주가 방어나 주주신뢰 회복,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면서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실적에 비해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저가매수였기 때문에 실적 호조 이슈 등과 맞물려 수익률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