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은행 2년차 계약직원 7인에게 듣는다-'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기획취재>은행 2년차 계약직원 7인에게 듣는다-'실낱같은 희망이라도...'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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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 인생' 의욕 저하...2금융권 대비 임금.복지 열악

시중은행들의 계약직 직원 근로조건이 증권사, 보험사에 비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은행면>

본지가 9개 금융기관 사무직 계약직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은행권 계약직원들이 타 금융사에 비해 임금, 복지 등에서 처우가 나빴다. 한미·하나은행 등은 월 급여 100만원 이상으로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조흥·제일·외환은행은 낮게 나타났다.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는 주식시장이 활황일 경우 연봉 1천800만원 가량, 그렇지 못할 때는 평균 1천200∼1천300만원 가량으로 은행권보다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았다. 또한 증권·보험사는 연 100∼400% 가량 상여금이 있어 은행에 비해 높은 임금구조를 가졌다.

은행권 계약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식직원으로 전환될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점. 희망이나 인센티브가 없어 근무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현재 한미·외환은행을 제외하고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이 없다. 하나은행이 지난 해까지 다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으나 올해부터는 중지한 상태.

한미은행은 모든 평점이 A인 1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자격 시험을 칠 기회를 주고 이들 중 10% 범위 내에서 정규직원으로 전환시켜 준다. 외환은행도 2년 이상 근무자 중 성적 우수자는 전담텔러로 전환 가능하고 전담텔러 중에서도 인력 수급에 맞춰 약 5∼10% 가량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하다.

그러나 한미은행이 제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규정화시켜 놓은 반면, 외환은행은 그렇지 못해 실제 실현 가능성은 낮다.
A은행 한 계약직원은 “1년에 1명이라도 정식직원으로 전환된다면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길텐데 현재는 전혀 기회가 없다”며 “정규직과 근로조건이 너무나 틀려 소외감이나 외로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이 설명하는 계약직원은 크게 두 부류. 계약직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 특성상, 결혼하기 전 잠깐 거쳐가듯 일을 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일에서 의욕과 보람을 찾으려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전자와 후자가 차등 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점.

B은행 한 계약직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는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재계약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며 “자신과 회사에 대해 애정이 생길 수 있게 자신감과 기회, 혜택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임금 뿐만 아니라 복지 부분에서도 계약직의 설움은 컸다. 보너스나 성과급이 전혀 없고, 은행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계약직 제외’라는 말을 듣기가 일쑤다. 타 금융기관이 학원비 등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보조금이 나오는 반면, 은행에서는 복지 혜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C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계약직원은 “정규직과 하는 일은 똑같은데 대우는 정말 천지차”라면서 “정규직들이 당연히 받아 가는 야근수당, 체육행사비, 피복비 등을 계약직들은 전혀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얘기했다. 출산 휴가에 있어서도 정규직이 1년인 반면, 비정규직은 3개월인데 그나마 다른 직원으로 대체돼버려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D은행 한 계약직원은 “처음 입행했을 때 ‘60만원 인생’이라며 계약직원들끼리 한숨을 쉬곤 했다”며 “일에 대한 의욕이 강하고 열심히 일하는 계약직원들에게는 정규직으로의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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