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시장의 이치와 전문가들의 식견을 최대한 겸허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국민의 뜻과 새 정부의 정치적인 의지가 잘 융합돼 한 발 한 발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개편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많은 문제점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책은 한 측의 요구와 입장을 가지고만 정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책 공급자·결정자 입장에서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어디까지가 현실성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자는 제주지사 시절 공동주택 공시 가격 산정 문제와 관련해 현 정부와 각을 세운 바 있는데 장관 내정 후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원 후보자는 또 새 정부가 폐지 또는 축소 방침을 내세운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보호 장치라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며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임대차 3법이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자는 아울러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공약으로 인해 최근 집값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재건축을 비롯한 규제 완화 정책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질문에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뿐만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히 "실질적인 수요에 걸맞게 그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정부의 철학"이라며 "잘못된 가격 신호로 갈 수 있는 규제 완화나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원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하면서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과 부처 이기주의 타파 등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원 후보자는 이날부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현안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