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박성준 기자] 코스피는 장 초반 2% 가까이 하락하며 2450선까지 후퇴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의 영향으로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연고점을 뚫어내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극에 달했으나, 당국 경계 심리가 강화되면서 상승폭을 반납하며 전거래일(1284.0원) 대비 2.4원 오른 1286.4원에 마감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54p(0.46%) 내린 2492.97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31.55p(1.26%) 하락한 2472.96에 출발한 이후 하락흐름을 지속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250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1월 13일(2493.87)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장 초반 한때 2457.39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반발 매수에 유입으로 인해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6.6%로 상승하면서 여전히 높은 물가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준(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우려 확대로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며 "미국 국채 10년과 2년물 금리 역전현상 까지도 나타나며 경기 침체 우려 또한 고조됐고, 이에 대한 영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도 모두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주체별로는 외국인이 홀로 2791억 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80억원, 1935억 원어치 사들였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총 558억7500만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하락했다. 종이목재(-2.26%), 의료정밀(-2.26%), 운수장비(-1.75%), 철강금속(-1.73%), 제조업(-0.55%), 보험(-0.74%), 증권(-0.43%), 증권(-0.43%), 건설업(-0.42%)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0.32%), 삼성바이오로직스(-0.25%), 삼성SDI(-3.28%), 기아(-1.52%), 셀트리온(-1.58%), SK이노베이션(-2.74%), 현대차(-2.00%)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2.77%), SK하이닉스(0.10%), LG화학(0.36%) 등은 올랐다.
김석환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발 2차전지주(株)가 강세를 보였다"며 "테슬라향 4680 배터리 증설 소식을 발표하면서 코스닥 2차전지 소재주의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름 46㎜, 길이 80㎜를 뜻하는 4680 배터리는 지난해 9월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에서 소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5배, 출력을 6배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2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총 9GWh 규모의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 설비를 구축하고, 오창 1공장에도 1500억원을 투자해 4GWh 규모의 2170 원통형 배터리 라인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신·증설 라인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된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5.19p(0.63%) 내린 823.58에 마감했다. 전장보다 12.52p(1.51%) 하락한 816.25에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낙폭을 축소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는 혼조세를 보였다. 펄어비스(-0.68%), CJ ENM(-1.47%), 위메이드(-14.29%), 씨젠(-3.01%), 리노공업(-2.02%) 등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에코프로비엠(4.77%), 엘앤에프(3.42%), 카카오게임즈(1.21%), HLB(0.14%) 등은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연고점을 뚫어내는 등 위험회피 심리가 극에 달했으나, 당국 경계 심리가 강화되면서 오름폭을 일부 되돌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284.0원) 대비 2.4원 오른 1286.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4거래일째 오름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 지난달 12일(1288.6원)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당국 경계 심리에 오름폭은 소폭 내렸다. 전날부터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총출동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고, 장중에서도 환율이 1290원대로 올라서자 시장 안정화(스무딩 오퍼레이션)로 추정되는 물량은 상단을 눌렀다.
역외환율시장 내 올라선 레벨을 반영해 전거래일보다 7.5원 높은 1291.5원으로 개장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92.5원까지 레벨을 높이면서 종전 연고점이었던 지난 5월12일 1291.5원도 넘어섰다. 또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하면서 금융시장 내 공포가 극에 달했던 2020년 3월19일(1296.0원)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물가 충격 여파로 연준이 빅스텝을 넘어서 자이언트스텝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에 시장 내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탓이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을 보면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이번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목표 범위를 1.50~1.75%로 결정할 가능성을 무려 96.0%로 보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간단명료하게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테스트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위험회피가 강해지며 환율이 레벨을 높였지만 외환당국의 강력한 의지 표현 등으로 당국 경계 심리가 강해졌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역시 정점에서 소폭 내려온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1300원 돌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는 한은이 달러당 1300원대를 용인하기에는 너무 높은 환율일 것"이라면서 "향후 글로벌 무역수지 적자 흐름도 보일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고(高)환율 정책은 물가 잡기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